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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빈소 장례식이란 단어 그대로 빈소를 차리지 않고 장례를 치르는 것을 말한다. 전통적인 장례 문화나 용어는 아니지만 약식으로 장례를 치르고자 하는 사람이 늘며 현장에서 사용하는 말이다. 절차는 빈소와 가족들이 지낼 공간이 없다는 점을 제외하고 기존 장례와 동일하다. 고인을 안치한 후 2일 차에는 입관식, 3일 차에 발인식을 진행한다.
경기 안산에 사는 안모(56)씨도 지난 1월 11일 어머니의 장례를 무빈소로 치렀다. 외동인 안씨는 오랜 기간 요양원에 모시던 어머니를 떠나보내며 지인에게 들어보기만 한 이 방식을 떠올렸다. 안씨는 “경제적인 문제에서 훨씬 자유로워서 (이 방식이) 좋았다”며 “비용은 그대로 나가는데 오는 사람도 없고 빈소에 가족만 덩그러니 있으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싶어 무빈소로 치렀다”고 말했다.
그간 무빈소 장례는 무연고자 장례에 주로 이용돼왔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감염병 전파를 우려해 조문객을 받지 않기 시작하며 이 방식이 조금씩 알려졌다. 여기에 값비싼 장례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관심이 크게 늘었다. 수도권과 강원 일부 지역에서 10년째 상조회사를 운영 중인 김병진씨는 “코로나19 전에는 100명 중 1명도 안될 정도로 무빈소 장례를 찾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7대 3 정도로 (비율이) 올라왔다”며 “대부분 장례식장 비용이 많이 절약되니 찾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의 장례 비용은 적지 않다. 2015년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평균 장례비용은 1330만원으로 집계됐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더욱 비용이 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장례 비용 중 대부분은 빈소 대관료와 식대가 차지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빈소 대관료와 식대가 없는 무빈소 장례는 1000만원 가량을 절감해 200만~300만원 선에서도 가능하다. 김 씨는 “빈소가 없으니 금액이 4분의 1로 줄어들 수 있다”면서 “업체마다 다를 수는 있지만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항목이 빠지는 걸 고려하면 확실히 저렴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장례 문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의 전통 장례와는 거리가 멀다고 보고 있다. 김시덕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전통적인 장례 문화나 정서를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것이다”며 “빈소는 장례라는 의례를 행하는 장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이 장소가 없으면 장례를 하지 않는 것이라 용어를 붙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비싼 장례비와 핵가족으로 바뀐 가족 형태 등으로 무빈소 장례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전에는 고인이 아닌 유가족의 사회적 관계가 얼마나 확장돼 있는지가 중요했다”며 “거창한 보여주기식 장례는 경제적으로도 비용이 많이 드는데 무빈소 장례는 합리적이면서도 고인에 대한 조용한 추모라는 관점에서 문화가 이어질 것이고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