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싱글몰트 위스키란 한 증류소에서 100% 보리만으로 증류해 만든 위스키를 말한다. 대부분의 스카치 위스키는 여기에 맥아나 옥수수, 호밀 등으로 만든 즙을 증류해 만드는 그레인 위스키를 섞은 술이다.
대표적인 두 종류의 위스키와 달리 싱글몰트 위스키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스카치 위스키도 아닌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도 드물게 찾아볼 수 있다.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는 일반 블렌디드 위스키와 달리 그레인 위스키를 섞지 않고, 싱글몰트 위스키만을 섞어만든 술이다. 각각의 독특한 몰트 위스키 원액을 몇 종류나 어떤 비율로 얼마나 숙성시키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게 된다.
대표적인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로는 ‘조니 워커 그린 라벨’과 ‘몽키 숄더’ 등이 있다. 조니워커 그린라벨이 4가지, 몽키 숄더가 3가지 원액을 조합한 제품이다. 두 제품 모두 소매가가 5만원대 이상으로 결코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최근 디아지오 코리아가 국내 시장에 들여온 ‘코퍼독’의 경우 스코틀랜드 위스키 산지로 유명한 스페이사이드 지역의 8가지 원액을 숙성시킨 제품이다. 몽키 숄더와 동일한 무연산이지만 8가지 다채로운 맛을 느낄 수 있으며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3만3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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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뚜껑을 열면 첫 향은 상큼한 시트러스 계열의 향이 물씬 풍겨 진입장벽이 낮다. 들이 마셨던 향을 내뱉고 나면 오크향이 은은하게 남는다. 향과 맛은 거의 일치한다.
다만, 향에서 느끼지 못했던 달짝지근한 맛이 처음 들어온다. 이후 시트러스 계열의 상큼한 맛을 거쳐 부드러운 목넘김으로 마무리된다. 웬만한 12년산 싱글 몰트 위스키를 능가할 정도의 바디감도 갖추고 있어 놀라웠다.
코퍼독은 단독으로 마시도 좋지만, 칵테일이나 혼합 음료와 섞어마시기에도 적절하다. 정해진 형식 없이 자신의 개성을 자유분방하게 표현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을 겨냥한 위스키로 소다와 섞어 마시는 ‘독앤소다(Dog&Soda)’, ‘홉하우스13 맥주’와 믹스한 ‘독하우스(Dog House)’ 그리고 콜라를 넣는 ‘독앤콜라(Dog&Cola)’ 등 기호에 따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세가지 음용법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독하우스다. 일반적으로 위스키와 맥주를 섞어마시는 폭탄주는 특유의 독함과 알코올 향으로 거부감이 심하게 들지만, 독하우스는 맥주와 섞이면서 오히려 부드러움이 배가 된다. 특유의 상큼한 풍미에 있어선 약간의 반감이 있다.
독앤소다의 경우 코퍼독과 소다를 1대3 비율로 섞어마시는 것이 레시피이지만, 1대2나 1대1.5 정도가 적절해 보인다. 일반적인 소다수를 섞으면 코퍼독의 맛이 지나치게 희석돼 오크향만 남는다.
3만원대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반면, 가격에 어울리지 않는 풍부한 맛이 인상적이다. 여러 음료와도 쉽게 어우러지기 때문에 안성맞춤인 조합을 찾는 재미도 상당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