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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비둘기 화형식을 목격한 전 세계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 사건에 대해 “서류상 좋은 아이디어였을지 몰라도 현실은 매우 섬뜩했다”고 밝혔다. 남북 분단의 상처를 극복하려는 좋은 의도였을지는 몰라도 순식간에 끔찍한 장면으로 각인됐다.
개막식 끝 무렵 보컬그룹 코리아나가 부른 ‘손에 손잡고’는 이날의 악몽 같은 일을 예견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늘 높이 솟는 불 우리들 마음 고동치게 하네”로 시작하는 노래에서 ‘고동치다’는 ‘희망이나 이상이 가득 차 마음이 약동한다’는 의미겠지만, ‘심장이 심하게 뛴다’는 의미도 지녀서다.
다만 실제로 희생된 비둘기는 많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서울 올림픽 조직위는 “실제로 불에 탄 비둘기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날아갔다”고 공식 해명했다. 아울러 점화 직전 성화대 불구멍 가까이 있었던 비둘기는 한 마리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제1회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부터 비둘기를 날리는 것이 전통적으로 행해졌지만, 이 사건으로 비둘기는 올림픽 무대에서 점차 종적을 감췄다. 4년 뒤 스페인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는 희생을 우려한 듯 성화 점화 뒤 비둘기를 날려 보냈다.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에선 비둘기 대신 비둘기를 상징하는 대형풍선 10개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최근에는 비둘기를 의미하는 퍼포먼스나 상징물이 실제 비둘기를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 때 들여온 외래종 ‘집비둘기’는 피해를 주고 있다. 토종인 ‘양비둘기’는 집비둘기에에 밀려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됐다. 서울시가 접수한 비둘기 개체 수만 2019년 7233마리에서 작년 9429마리로 약 30%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집비둘기는 급증하고 있다.
집비둘기는 우리에게도 해를 끼치는 동물이다. 비둘기 똥은 강한 산성을 띠어 건물과 차를 부식시키고 있으며 잡식성이라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면서 병균을 옮기고 있다. 지난 2009년 유해 조수로 지정된 이유다.
문제는 집비둘기 개체 수를 조절할 묘안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해외에서 비둘기에게 피임약이 든 옥수수를 먹이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공개된 곳에서 불임 사료를 주기 때문에 양비둘기처럼 보호종으로 지정된 동물도 먹을 수 있다”며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