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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배구 에이스 꿈꾸는 정지윤 "레프트 변신 잘하고 싶어요"

이석무 기자I 2021.08.29 17:27:19
KOVO컵 여자부 MVP에 등극한 현대건설 정지윤. 사진=KOVO
[의정부=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포스트 김연경’ 시대를 준비하는 한국 여자배구에 정지윤(20·현대건설)이 새로운 에이스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정지윤은 29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21 의정부 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KOVO컵) 여자부 결승전에서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양 팀 최다인 17득점을 올려 현대건설의 세트스코어 3-0(25-23 25-23 28-26) 승리를 이끌었다.

정지윤의 활약에 힘입어 현대건설은 2006년, 2014년, 2019년에 이어 통산 4번째 KOVO컵 우승을 달성했다. 2019년 이후 2년 만에 되찾은 정상이었다. 지난 시즌 V리그 최하위에 그쳤던 아쉬움도 날려버렸다. 경기 후 발표된 기자단 투표 결과 정지윤은 총 투표수 31표 가운데 27표를 휩쓸어 대회 MVP에 선정됐다.

여자배구 대표팀이 4강 신화를 썼던 지난 도쿄올림픽에서 라이트 백업 공격수 역할을 톡톡히 했던 정지윤은 새로운 시즌 레프트로 포지션 변신을 노린다. 주장 김연경이 강성형 감독에게 따로 연락해 “한국 배구 발전을 위해 정지윤을 꼭 레프트로 키워달라”고 당부했다.

센터와 라이트와 달리 레프트는 공격뿐만 아니라 서브리시브까지 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실제 이번 KOVO컵에서 상대팀은 정지윤이 레프트로 출전할 때마다 집중적으로 서브를 넣었다.

지난 27일 KGC인삼공사와 조순위 결정전에선 리시브 불안으로 경기 중 교체되자 미안함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결승전에선 리시브 부담을 덜고 시원하게 공격을 퍼부으며 새로운 에이스의 탄생을 알렸다.

정지윤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지난 시즌 끝나기 전부터 레프트를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다현이도 좋은 센터고 나는 주변분들이 ‘너는 래프트 해야 한다’고 얘기를 해줬기 때문에 한참전부터 마음가짐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내가 리시브나 수비를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 과연 레프트를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며 “계속 받고 연습하면서 울기도 많이 울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직은 완벽한 레프트 선수가 되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 인삼공사전에서 눈물을 흘렸던 것 처럼 심적으로 부담감도 크다.

정지윤은 “당시 교체될때 다른 사람들이 나를 뒷받침하려고 고생하는데 정작 나는 역할을 한게 없었다”면서 “내가 과연 코트 안에 있어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트 나오자마자 화가 나고 분하고 속상해서 울음이 나왔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내가 리시브를 못하는 것은 솔직히 당연하다. 모든 사람들으 난 리시브를 못하는 선수로 알고 있다”며 “‘나약한 마음으로는 뭘하든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왜 안될까 생각하고 마음을 강하게 먹자고 생각했다. 주변에서도 응원을 많이 해줘 잘 이겨낼 수 있었다”거 덧붙였다.

도쿄올림픽에 참가해 주장 김연경과 함께 생활한 경험이 정지윤에게 큰 도움이 됐다. 김연경은 정지윤에게 직접 기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은 조언을 해줬다.

정지윤은 “대표팀에 있으면서 라이트 공격에서 배운게 많다”며 “연경 언니가 높은 블로킹 앞에서 어떻게 때려야 하고 영리하게 해야 하는지, 안좋은 습관이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말씀해주셨다”고 밝혔다.

김연경의 칭찬도 정지윤에겐 힘이 됐다. 정지윤은 “연경 언니가 ‘너는 좋은 신체조건 가졌고 점프, 타점, 파워도 있다’, ‘레프트로서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더 열심히 연구하고 연습하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해줬다”고 털어놓았다.

아울러 정지윤은 “내가 리시브도 잘 받고 기대만큼 잘 발전해야 그만한 선수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내가 하는 것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도쿄올림픽은 정지윤의 시야를 한층 넓히는 중요한 무대가 됐다. 올림픽을 경험하면서 더 노력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숙제를 얻었다.

정지윤은 “확실히 올림픽은 다른 느낌이었다. 엄청 수준이 높고 기술이 좋은 선수도 많았다”며 “거기서 시합을 못 뛰더라도 보는 것만으로 많이 늘겠구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밝혔다.

짧은 프로선수 기간 동안 신인왕, KOVO컵 MVP를 벌써 휩쓴 정지윤은 이제 정규리그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 시즌 최하위에 머문 님의 재도약을 이끌면서 새로운 포지션에 대한 적응도 끊임없이 해야 힌다.

정지윤은 “다음 시즌 레프트 포지션으로 변경하는데 물론 바로 잘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면서 “하지만 큰 욕심 없이 리시브 버티는 경기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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