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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바랐던 득점포가 드디어 터졌다. 그것도 한 경기에 세 번이나 골네트를 흔들었다. 하지만 그는 자기 기록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대신 팀이 거둔 승리에 더 기뻐했다. 손흥민(31·토트넘)은 그런 선수다. 그래서 팬과 동료가 더 사랑하고 특별하게 여긴다.
손흥민은 2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랭커셔주 번리시 터프무어에서 열린 번리와 2023~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4라운드 경기에서 전반 16분, 후반 18분, 21분에 잇따라 골을 넣어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손흥민이 EPL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한 것은 개인 통산 네 번째다. 지난해 9월 22일 2022~23시즌 8라운드 레스터시티전에서 교체 투입된 뒤 13분여 동안 3골을 몰아친 이후 약 1년 만이다. 앞서 2020년 9월 사우샘프턴전(4골)과 2022년 4월 애스턴 빌라전(3골)에서도 해트트릭을 이룬 바 있다
토트넘 홋스퍼는 손흥민의 원맨쇼에 힘입어 번리를 5-2로 크게 이겼다. 브렌트퍼드와 개막전 2-2 무승부 이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2-0), 본머스(2-0)전에 이어 3연승을 달렸다. 3승 1무 승점 10으로 개막 후 리그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공교롭게도 이날 상대한 번리는 손흥민에게 영원히 잊지못할 순간을 선물했던 팀이다. 손흥민은 2019년 12월에 열린 번리전에서 약 70m를 단독질주한 뒤 ‘원더 골’을 터뜨렸다. 이 골로 그해 가장 멋진 골을 터뜨린 선수에게 주는 국제축구연맹(FIFA) 선정 ‘푸스카스상’을 받았다. 이번 해트트릭으로 번리에 강한 면모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손흥민은 2023~24시즌 개막 후 리그 3경기, 리그컵 1경기에 출전했지만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이번 시즌 토트넘 지휘봉을 잡은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에게 2선에서 동료에게 찬스를 만들어 주는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겼다. 책임감이 누구보다 강한 손흥민도 감독의 뜻에 따라 철저히 이타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현지 전문가들은 기록과 상관없이 그런 손흥민을 높이 평가했지만 길어지는 득점 가뭄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랬던 손흥민에게 기회가 왔다. 개막 후 줄곧 최전방 원톱으로 나섰던 브라질 출신 공격수 히샬리송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손흥민을 최전방으로 끌어올린 것.
감독의 선택은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손흥민은 세 차례 유효 슈팅을 모두 골로 연결했다. 더불어 왕성한 활동량과 전방 압박으로 감독이 추구하는 공격축구를 이끌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은 어떤 위치, 어떤 시스템에서도 잘 플레이할 수 있는데다 우리 플레이 스타일에 가장 이상적인 선수”이라고 극찬했다.
현지에서 손흥민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았다. 손흥민은 4만여 명이 참여한 EPL 공식 홈페이지 팬 투표에서 58.4%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맨 오브 더 매치’에 뽑혔다.
영국 BBC는 “톱클래스 손흥민의 아름다운 마무리였다”며 “번리는 손흥민 앞에 수비수 두 명만 남겨둔 대가를 치러야 했다”고 극찬했다. ‘스카이스포츠’은 “손흥민은 냉정했고 자신감이 넘쳤다”면서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선 손흥민이 토트넘을 훌륭하게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풋볼런던은 “손흥민이 매우 효과적으로 중심 역할을 수행했다”며 평점 ‘10점’ 만점을 줬다.
손흥민은 늘 그렇듯 겸손했다. 그는 경기 후 현지언론과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승점 3을 얻었다는 것”이라며 “주변에 있는 훌륭한 선수들이 도와준 덕분에 오늘 같은 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아울러 “내 역할은 아주 쉽다. (주장으로서)모범이 되려고 노력하고, 미소지으려 하면서, 경기장 안팎에서 책임감을 가지려 한다”며 “우리는 더 앞으로 나아가고 싶고, 더 나아지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해트트릭을 계기로 손흥민의 원톱 기용은 잦아질 전망이다. 그만큼 골을 넣을 기회도 더 늘어갈 것이 틀림없다. 팀 승리와 개인기록을 모두 잡는다면 ‘금상첨화’다. 손흥민의 주특기인 ‘몰아치기 골사냥’은 지금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