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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지는 지난 13일 광주광역시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이틀째 다이빙 여자 1m 스프링보드 결승에서 5차 시기 합계 257.20점을 받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다이빙 최강 중국의 천이원(285.45점)이 금메달, 미국의 사라 베이컨(262.00점)이 은메달을 차지했다.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창야니(중국, 351.95)가 2차 시기에서 입수 실수를 해 순위가 밀려난 것도 김수지에겐 행운이었다.
김수지는 2011년 대회 박태환 이후 8년 만에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딴 선수가 됐다. 한국 다이빙 사상 최초의 메달이고 여자 선수로서도 첫 세계선수권대회 메달리스트가 됐다.
그전까지 한국 다이빙의 세계선수권대회 역대 최고 성적은 2009년 이탈리아 로마 대회 때 권경민·조관훈이 남자 10m 싱크로 플랫폼 결승에서 달성한 6위였다. 개인전 최고 성적은 우하람(국민체육진흥공단)이 2017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대회 남자 3m 스프링보드에서 작성한 7위였다.
김수지가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천상중 3학년에 재학 중이던 14살 때 2012년에 런던 올림픽에 출전했다. 당시 한국 선수단 최연소 선수였다. 하지만 실력은 세계 수준과 차이가 컸다. 런던올림픽 여자 10m 플랫폼 예선에 출전했지만 참가선수 26명 가운데 최하위에 그쳤다.
하지만 큰 대회 경험은 선수로 성장하는데 훌륭한 밑거름이 됐다. 2015년 처음 출전한 러시아 카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결선에 올라 8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는 탈락했지만 2017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12위에 올랐다.
그해 타이베이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는 김나미와 짝을 이룬 여자 3m 싱크로나이즈드 스프링보드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1m 스프링보드에서도 동메달을 따냈다. 그리고 안방에서 처음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누구도 기대치 않았던 동메달을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개최국이지만 냉정하게 봤을 때 믿을만한 메달 후보가 없었다. 경영 종목의 김서영(경북도청, 우리금융그룹)과 남자 다이빙 우하람(국민체육진흥공단) 등에게 막연히 메달을 기대하는 수준이었다.
역대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최국 노메달’은 은 세 차례 있었다. 1975년 콜롬비아(칼리), 1982년 에콰도르(과야킬), 1986년 스페인(마드리드)이 그랬다. 하지만 김수지의 활약 덕분에 한국 수영은 노메달에 대한 걱정을 일찌감치 덜었다. 더불어 다른 메달 기대주들에도 좋은 동기부여가 될 전망이다.
김수지의 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3m 스프링보드, 싱크로나이즈드, 혼성 경기 등 치러야 할 경기가 많다. 특히 이번에 동메달을 딴 1m 스프링보드는 올림픽 정식 종목이 아니지만 3m 스프링보드는 올림픽 정식 종목이다. 이번 대회에서 상위 12명이 나서는 결승에 진출하면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얻는다.
김수지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나는 너무 어렸고 올림픽이 얼마나 대단한 무대인지 알지 못했다”며 “2012년에는 어리다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받았는데 2020년 도쿄에서는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김수지는 진짜 목표는 3m 스프링보드에서 잘하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여자 3m 스프링보드는 오는 18일 예선과 준결승을 치른 뒤 19일 결승전으로 메달 주인공을 가린다.
그는 “3m 스프링보드에서 결선에 진출해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게 이번 대회 가장 큰 목표다”며 “이번 대회에서 3m 결선에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내년 4월 다이빙 월드컵에서 또 기회가 있는 만큼 꼭 도쿄올림픽에 가겠다”고 의욕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