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슈틸리케호, 2년9개월 항해 마치고 ‘폐선’

조희찬 기자I 2017.06.15 17:47:43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카타르에 패한 한국 축구 대표팀 슈틸리케 감독이 14일 오후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입국장을 빠져나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조희찬 기자] 한국 축구 최장수 ‘슈틸리케호’가 2018 러시아 최종예선이라는 암초에 부딪혀 결국 가라앉았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15일 파주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기술위원회를 열고 성적과 경기력 부진의 책임을 물어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을 경질하기로 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과 상호 합의에 따라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로써 슈틸리케 감독은 2014년 9월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지 2년 9개월 만에 옷을 벗게 됐다. 그가 대표팀을 이끈 기간은 역대 대표팀 최장수 사령탑 기록이다. 2010년 대표팀을 이끌고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끈 허정무(62)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의 2년 6개월을 넘어섰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을 이끄는 동안 총 27승5무7패(63득점·25실점)를 기록했다. 기록상으로는 나쁘지 않은 숫자이지만 이번 경질의 가장 큰 원인은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의 부진이다.

대표팀은 이날 기준 아시아 최종예선 A조에서 4승1무3패(승점 13)로 이미 본선행을 확정한 1위 이란(승점 20)에 승점 7점이 부족한 2위다.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에 승점 1점차로 쫓기면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원정에서의 부진이 가장 뼈아팠다. 슈틸리케 감독은 홈 경기에서 4승을 챙겼지만 원정에선 1무 3패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최종예선 기간 내내 허술한 조직력으로 상대 나라 언론의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번 경질의 기폭제는 14일 최약체로 분류됐던 카타르전에서의 패배였다. 대표팀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원정 경기에서 2-3의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33년 만에 카타르에게 승리를 내줬고 국내 언론들은 이 경기를 ‘도하 참사’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벼랑 끝에 몰린 한국은 오는 8월 31일 이란과 홈경기와 9월 5일 우즈베키스탄 원정에서 모두 승리해야 자력으로 러시아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기술위원회는 이란전 전까지 새로운 대표팀 감독을 뽑는다는 계획이다. 신임 사령탑 1순위 후보로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선수단 장악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가 거론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사실상 ‘해임’된 것이지만 잔여 연봉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슈틸리케 감독은 카타르전 패배 후 “거취는 내가 결정할 부분이 아니다”라며 자진사퇴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원래 계약 기간은 ‘러시아월드컵 본선’까지 팀을 이끌거나 ‘아시아 예선 탈락시에는 계약이 자동 해지’되는 것이었다. 최종예선 2경기가 남아 있어 계약 자동 해지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축구협회는 계약대로라면 내년 7월까지의 연봉을 슈틸리케 감독에게 지급해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의 연봉은 15억원에서 18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슈틸리케 감독을 데려온 이용수 기술위원장도 이날 동반 사퇴 의사를 밝혔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3월 중국 원정경기에서 0-1로 패한 후에도 경질론에 휩싸였지만 축구협회는 ‘대안 부재’를 이유로 유임을 결정했다. 카타르전에서 무기력한 경기가 이어졌고 결국 이 위원장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 위원장은 “본인도 기술위원장으로 최종예선을 총괄 지휘하고 결과를 만들어냈어야 했는데 철저하게 준비하지 못했다”며 “책임을 통감하고 위원장을 사퇴하기로 결정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위원장이 15일 오후 경기도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기술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후 브리핑을 하며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 경질과 자신의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ÇÏ»çÇå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