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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총상금 300만달러)은 그야말로 김아림(29)의 독무대였다. 3라운드에서 짜릿한 홀인원으로 1타 차 단독 선두에 오른 김아림은 1라운드부터 4라운드까지 한 번도 선두를 놓치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최종 합계 18언더파 270타)으로 통산 2승째를 챙겼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동하던 2020년 12월 메이저 대회인 US 여자오픈에서 깜짝 우승 후 2번째 우승까지 무려 3년 11개월이 걸렸다.
하와이 전통인 훌라춤을 추며 우승을 자축한 김아림은 들뜬 기분을 만끽한 것도 잠시. 다음 대회인 디안니카 출전을 위해 시상식 직후 미국 플로리다로 날아갔다. 플로리다에 도착한 11일 김아림은 이데일리에 “앞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놓친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런 경험을 통해 판단력이 쌓여 경기 중 더 나은 선택을 하는 힘이 생겼다”며 “이번 대회 우승을 통해 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걸 확인한 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LPGA 투어에 진출한 지도 어느덧 4년째. 김아림은 “확실히 변화하는 환경을 빠르게 읽고 적응하는 능력이 좋아졌다. 골프에서 환경적인 요소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세심한 관찰을 통해 환경을 파악하고,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플레이하기 위해 노력한 게 이번 우승으로 이어졌다”고 자평했다. 그동안 우승은 없었지만 김아림의 골프는 꾸준히 발전했다. 다양한 샷을 연마한 덕에 탄도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드로와 페이드 샷도 마음먹은 대로 칠 수 있게 됐다.
한국에서 김아림의 별명은 ‘스마일 장타 퀸’이었다. 긍정적인 성격 덕분에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았고 늘 갤러리들에 허리를 크게 굽히는 배꼽인사를 하는 게 트레이드 마크였다. 장타 1위도 놓치지 않았다. 긍정적인 면모와 장타를 무기로 LPGA 투어에서도 빠르게 적응할 거라는 기대가 나왔다. 그러나 미국 무대로 진출한 직후에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첫해였던 2021년 상금랭킹 52위에 그쳤다. 2022년 40위, 2023년 32위로 순위가 조금씩 오르긴 했지만 기대에 미치진 못했다.
긍정적인 김아림도 점차 불안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김아림은 “한국에서 투어를 뛸 때와는 다르게 미국에서는 제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언어, 문화 차이를 느꼈다. 현재까지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헤쳐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그중 하나는 연습과 연구로 불안감을 없애는 것이다. 김아림은 “LPGA 투어에서 우승을 추가하기 위해 저에게 주어진 시간 중 최대한을 골프에 쏟아부었다”고 덧붙였다.
김아림은 올 시즌 한국 선수로는 3번째로 LPGA 투어에서 우승 축배를 들었다. 6월 메이저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양희영(35), 9월 FM 챔피언십 유해란(23)에 이은 쾌거다. 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가 부진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도 벌써 5년이 되어 가는 가운데, 김아림은 “한국 선수들이 부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LPGA 투어를 뛰는 선수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된 것”이라며 “한국 선수들도 좋은 기량을 보여 드리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하고 있으니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생각을 밝혔다. 또 “제 우승이 다른 한국 선수들에게 좋은 에너지가 됐으면 좋겠고, 한국 선수끼리 뭉쳐서 더 좋은 시너지를 냈으면 한다”고도 말했다.
마지막으로 LPGA 투어에서 어떤 선수로 남고 싶냐고 묻자 유쾌한 김아림다운 답변이 돌아왔다. “제가 목표하는 꿈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지만 저의 한계점까지 도달해 보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무엇보다 LPGA 투어에서 골프를 맛깔나게 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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