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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은 지난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제28기 제6차 임시총회 및 이사회를 열고 “데이원 구단의 제명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에서 구단이 제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BL 정관 제12조에는 구단을 운영할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이사회 심의를 거쳐 총회에서 75% 이상 찬성으로 해당 팀을 제명할 수 있다.
이번 사태는 예고된 재앙이었다. 2022~23시즌을 앞두고 고양 오리온 프로농단을 인수한 데이원은 시즌 전부터 각종 재정 문제를 일으켰다. KBL 가입비를 뒤늦게 납부하더니 선수단과 경기 운영 인력의 임금을 체불했다. 또 오리온 인수 대금도 미납했다. 지난 1월부터는 사무국 등 직원 급여를 주지 한데 이어 3월부터는 선수단 급여도 밀렸다. 지금까지 임금 체불액만 12억원이 넘었다. 협력 업체 지불 대금도 3억원 이상 쌓인 것으로 파악된다.
김희옥 KBL 총재는 “데이원은 연봉 체불 등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거짓과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 리그 신뢰와 안정성을 크게 훼손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번 사태는 데이원이 자초한면이 적지 않다. 데이원의 모기업은 대우조선해양건설의 계열사인 데이원자산운용이다. 데이원자산운용은 오리온 농구단 인수를 결정하면서 연 30억씩 4년간 120억원가량 규모로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또 모기업이 부족한 운영 자금도 보탠다는 약속을 했다.
결과론적으로 이는 완전한 거짓말이었다. 데이원의 모기업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지난해 11월 부도나면서다. 이후 농구단의 100% 지분을 소유한 김용빈 회장은 농구단 운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재정난은 이때부터 본격화됐다. 악몽의 시작이었다. 재정난 논란이 계속 불거지자 네이밍 스폰서로 나섰던 캐롯손해보험마저 3월 후원 계약을 중단했다. 사실상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KBL 가입비를 내고 시즌을 마쳤지만 이미 선수와 직원들이 입은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주장 김강선은 “신발도 선수들이 (개인 돈으로) 사서 신었고, 식사도 마찬가지였다”며 “결혼 준비하는 선수도 있는데 돈이 없어서 힘든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일각에선 KBL의 늦은 대처가 문제를 더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데이원은 프로농구에 앞서 프로축구단 창단을 추진했지만 프로축구연맹은 기본 점수 미달을 이유로 가입을 거절했다. 부실 우려가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반면 KBL은 데이원을 받아들였다. 재앙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데이원 농구팬들도 공동명의로 발표한 성명서에서 “부실기업의 구단 인수를 승인해 준 KBL 이사회 회의록과 기준, 평가 항목, 증거들을 모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달은 정부도 문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문체부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은 구단과 모기업뿐 아니라 KBL에도 있다”고 지적하면서 “ KBL이 선수 미지급 임금 지급, 선수 생활 보장, 인수 기업 유치에 대한 대책을 신속하고 성의 있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남자 프로농구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보근 문체부 체육국장은 “이번 사태로 선수들이 입게 될 피해와 정신적 고통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정부도 KBL과 함께 이번 사태가 잘 해결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이제 관심은 프로농구가 9개 구단 체제로 축소될 것인가에 쏠린다. KBL은 “부산시가 남자 프로농구단 유치 의사를 강하게 밝힌 점을 고려해 우선 부산시와 새로운 인수 기업 물색을 포함한 후속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을 연고로 한 기업이 농구단을 창단하면 2023~24시즌에도 10개 구단 체제가 유지될 수 있다. 이것이 불발되면 KBL은 7월 21일 특별 드래프트를 시행한다. 데이원에 소속됐던 선수 18명이 남은 9개 팀으로 뿔뿔이 흩어지고 팀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프로농구는 다음 시즌부터 9개 구단 체제로 축소된다. 프로농구는 1997년 리그 출범 당시 8개 구단으로 시작했다가 다음 시즌부터 서울 SK와 창원 LG가 합류해 10개 구단으로 늘어나 지금까지 이어졌다.
새로운 팀이 탄생해 10개 구단 체재가 유지되는 것이 농구팬들의 바람이다. 지금으로선 그 전망이 불투명한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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