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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일본 이바라키현 이바라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 휴일을 맞아 오전 일찍부터 많은 갤러리가 골프장을 찾아오면서 메이저 대회의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2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린 배선우는 오후 12시 5분 시부노 히나코, 요시다 유리와 함께 마지막 조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1번홀부터 순위 싸움이 치열했다. 배선우가 버디를 잡자 히나코도 버디로 응수해 1타 차 1,2위를 그대로 이어갔다. 이후 배선우가 버디 없이 파 행진을 계속하는 동안 히나코는 4번부터 6번홀까지 연속 버디를 챙겨 순식간에 선두로 치고 나갔다. 배선우는 8번홀(파4)에서 보기를 적어내며 3타 차 2위로 밀려났다. 히나코가 9번홀(파5)에서 버디를 추가하면서 타수는 4타 차로 더 벌어졌다.
후반 들어 상황이 반전됐다. 버디 행진을 이어오던 히나코의 퍼트가 무뎌진 틈을 타 배선우가 연달아 버디를 뽑아내며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10번에 이어 12번과 13번, 15번홀 연속 버디를 챙긴 배선우는 히나코를 1타 차로 따라잡았다.
남은 3개 홀은 난도가 높다. 16번홀은 410야드로 파4 홀 중에선 5번과 함께 가장 길다. 그린 좌우에 벙커가 있어 2온에 실패하면 파 세이브가 쉽지 않다. 배선우의 두 번째 샷은 그린 오른쪽 러프로 떨어졌다. 3번째 샷은 그린에 떨어져 홀을 스친 뒤 약 1.5m 굴러가 멈췄다. 하나코가 먼저 2m 거리의 파 퍼트를 넣었다. 이를 옆에서 지켜본 배선우는 신중하게 그린의 경사를 살핀 뒤 홀을 향해 공을 굴렸다. 깃대를 뽑지 않고 퍼트한 공은 홀 한가운데로 떨어졌다. 작은 실수가 순위 싸움을 어렵게 만들 수 있었던 만큼 천금 같은 파였다.
17번홀은 160야드 거리의 파3 홀이다. 이날 핀은 그린 왼쪽에 꽂혔다. 바로 앞에 벙커가 있어 탄도를 높게 해 공을 그린에 떨어뜨리지 않으면 핀 가까이에 붙이기 어려운 위치였다. 배선우는 티샷을 그린 가운데로 보내 버디 기회를 만들었다. 홀까지 거리는 7m가 넘었지만, 이날의 퍼트감이라면 충분히 버디를 노려볼 수 있는 위치였다. 아쉽게 버디 퍼트가 홀 바로 앞에서 멈춰 파를 기록했다.
마지막 18번홀(파5)은 배선우에게 행운이 따랐던 홀이다. 2라운드에서 2번째 샷이 벙커에 빠졌지만, 3번째 친 공이 그대로 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 이글이 됐다. 기회가 다시 왔다. 2온에 성공해 또 한 번 이글 기회를 만들었다. 이글 퍼트가 아쉽게 홀 앞에서 멈춰 버디에 만족했지만, 선두와 4타 차까지 벌어졌던 타수 차를 모두 따라잡아 공동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를 남겼다. 이날만 5타를 더 줄인 배선우는 중간합계 11언더파 205타로 히나코와 함께 공동 선두를 달려 JLPGA 투어 데뷔 첫 우승을 메이저로 장식할 기회를 잡았다.
올해부터 JLPGA 투어에서 활동을 시작한 배선우는 앞선 7개 대회에서 2차례 컷 탈락을 당했지만, 3월 PRGR 레이디스컵 공동 6위, 4월 야마하 레이디스 오픈 공동 3위로 두 번이나 우승 경쟁을 펼쳤다. 이번 대회에서도 첫날부터 선두로 나서 우승 가능성이 커졌다. 앞선 2번의 대회에서 우승 문턱까지 갔다가 마지막 날 우승을 놓친 경험이 있었던 배선우는 2라운드를 마친 뒤 JLPGA 투어와의 인터뷰에서 “방심하면 실패를 초래한다”며 “내일은 무빙데이인 만큼 단단하게 준비하겠다”고 단단한 각오를 엿보였다. 전날의 다짐은 이날 경기에서 그대로 이어졌다. 선두를 내준 뒤 한때 4타 차까지 벌어져 자칫 우승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었지만, 후반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배선우는 경기 뒤 가진 인터뷰에서 “샷감도 좋고 퍼트감도 좋다”면서 “자신감만 찾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첫 우승을 앞두고 각오를 단단히 했다. 이어 “한국에서도 우승을 경쟁한 경험이 많았던 만큼 내일은 무아지경으로 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배선우가 사흘 연속 선두를 지켜내면서 이 대회 3년 연속 한국선수의 우승 가능성도 커졌다. 이 대회에선 2017년 김하늘(31), 2018년 신지애(31)가 우승했다.
오지현(22)은 처음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3라운드까지 중간합계 4언더파 212타를 쳐 공동 6위에 올랐다. 이민영(27)은 3언더파 213타를 쳐 공동 10위, 신지애와 배희경(이상 2언7더파 214타)은 공동 12위로 3라운드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