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양궁이 수십년째 세계 최강을 유지하는 이유는 ‘심박수’마저도 훈련하는 노력 때문이었다.
한국 양궁 남녀 간판스타 김우진과 임시현은 2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혼성 단체전 결승에서 독일을 세트점수 6-0(38-35 36-35 36-35)으로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김우진과 임시현은 남녀 단체전에 이어 이번 대회 2관왕에 등극했다. 사실 이날 혼성전은 바람의 변수가 강하게 작용했다. 임시현이 8점을 여러차례 쏘는 등 고득점을 얻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은 그런 외부 요인까지도 극복하면서 압도적인 실력을 뽐냈다.
그런가운데 기보배 KBS 해설위원은 ‘심박수’마저 훈련하는 한국 양궁의 최강 비법을 공개했다.
1세트 후반, 김우진이 10점을 쏘면 독일의 남은 두 발과 관계없이 한국이 세트를 가져오는 상황이 됐다. 긴장되고 떨릴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김우진의 심박수는 89에서 85로 오히려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는 여유있게 10점을 쏴 세트 승리를 확정지었다.
이에 대해 KBS 중계 해설을 맡은 전 국가대표 기보배는 “선수들은 마인드 컨트롤 능력도 연습으로 키운다”며 “국제대회 등으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본인만의 루틴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심리 훈련에 대해 소개했다. 그러자 이재후 캐스터는 “심리는 유전이 아니라 훈련이다”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독일의 미셸 크로펜이 2세트 첫 화살에서 심박수 110을 넘긴 끝에, 8점을 쏘며 흔들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재후 캐스터는 “미셸 크로펜 선수의 심박수가 높았거든요”라고 짚었고 기보배 위원은 “본인이 첫 발 사수로 나서면서 10점을 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 차례로 나선 김우진은 쏘기 직전까지 심박수가 75에 불과했다. 그리고 어김없이 9점을 쏘며 ‘준비된 강심장’임을 입증했다. 이날 김우진은 9점 이상 쏠 확률이 무려 94.9%에 이르렀다.
바람 변수에도 끄떡없는 김우진을 보며 기보배 위원은 “김우진 선수는 남자 선수들 중에서도 화살 길이가 긴 편이다”며 “그러면 화살을 날릴 때 그만큼 많은 힘을 실어보낼 수 있고 바람에 대한 저항도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독일은 마지막 3세트 들어 결승전에서 한 번도 쏘지 못했던 10점을 기록하며 추격에 나섰다. 마침내 김우진이 9점 이상을 쏘면 금메달이 확정되는 마지막 화살을 잡았다. 이때 ‘강심장’을 자랑했던 김우진도 심박수 110을 넘기는 장면이 포착됐다. 하지만 결과는 ‘10점’이었다.
기보배 위원은 “나폴레옹이 잠들어 있는 앵발리드...앵발리드에서 나폴레옹도 일어나서 축하해줄 일입니다!”고 환호하며 “개인전을 앞두고 김우진, 임시현의 3관왕이 더욱 기대된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결승전 이후 인터뷰 현장에서는 기보배 위원과 ‘대회 2관왕’ 김우진, 임시현의 만남이 성사됐다. 경기 내내 무표정이었던 김우진도 ‘축하한다’고 인사하는 기보배 위원을 보면서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금메달이 4개네”라는 기보배 위원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그러게요, 4개네요”고 말한 뒤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