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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수준의 팀들과 맞붙으며 희망을 느꼈다. 허수봉은 “우리보다 순위도 실력도 뛰어난 팀들과 맞붙었는데 할 수 있다는 마음도 조금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한국 배구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토종 에이스가 내린 차분한 평가였다.
허수봉은 지난 시즌 35경기 126세트 574득점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웠다. 거의 외국인선수급 활약이었다. 게다가 그 숫자 뒤에는 주장이라는 무게도 있었다. 필립 블랑 감독은 ‘주장에 관한 불평불만이 하나도 없었다’고 연임을 요청했고 허수봉도 주저하지 않았다.
허수봉은 “선수들이 워낙 잘해주기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의 통합 우승에 있어 그의 리더십은 숫자로 설명되지 않는다.
27살 캡틴에게는 또 다른 고민이 있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두 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국내 최고 아웃사이드 히터 중 한 명으로 인정받는 그에게 FA는 기회이자 부담이다.허수봉은 첫 번째 FA 경험을 기억하고 있다. “돌아보면 더 잘하려고 하는 것이 플러스가 되지 않더라”는 그의 말은 경험에서 우러 나온다.
허수봉은 “통합 2연패가 우선 목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지난 시즌 30승 6패라는 압도적 성적을 다시 만들기는 어렵다는 것을 그도 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승수가 아니라 마지막에 웃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장기레이스에서 마지막에는 우승으로 웃겠다”며 “우승과 성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말 속에 챔피언의 여유와 도전자의 절실함이 함께 녹아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