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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대진-수준미달 판정...女축구대표팀의 억울한 패배

이석무 기자I 2023.09.30 20:33:51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 지소연이 30일 중국 원저우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8강전 북한과 경기에서 패한 뒤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이상한 경기 대진, 수준 낮은 심판 판정, VAR 부재...우려는 모두 현실이 됐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은 30일 오후 중국 저장성 원저우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8강전에서 북한에 1-4로 역전패했다.

전반 41분 손화연(현대제철)의 퇴장으로 인한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후반에만 3골을 내주고 무릎을 꿇었다. 한국 여자축구가 아시안게임 4강 무대에 오르지 못한 건 5위로 마친 1998 방콕 대회 이후 25년 만이다.

물론 패배에 변명은 있을 수 없다. 경기 내용에서 한국은 북한에 계속 끌려다녔다. 하지만 억울한 마음은 지울 수 없었다.

일단 남과 북이 처음부터 공평한 상황이 아니었다. 원래 이번 대회는 17팀이 경쟁할 예정이었다. 대회 조직위는 조별리그를 5개로 나눴다. A∼C조는 3개 팀씩, D조와 E조는 4개 팀씩 배정했다.

그런데 대회 직전 C조에 속했던 캄보디아가 돌연 불참을 선언했다. 한국이 속한 D조는 그대로 4팀이 경쟁했다. 반면 캄보디아가 빠진 C조는 북한과 싱가포르 두 팀만 남는 이상한 조가 생겼다.

16팀이 참가하는 대회면 4팀씩 네 조로 나눠 경기를 치르는 것이 공정한 방식이다. 하지만 대회 조직위원회는 촉박한 일정 탓에 그대로 조 편성을 유지했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3경기를 치른 반면 북한은 2경기만, 그것도 약체 싱가포르를 연습경기하듯 치렀다. 게다가 1경기를 덜 치른 북한은 8강전을 앞두고 이틀의 휴식을 얻은 반면 한국은 겨우 하루만 쉬고 경기에 나서야 했다.

벨 감독도 북한전에 앞서 이점을 계속 지적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16팀이 각각 다른 경기 수를 치러야 하는 시스템이 이해가 안 된다”며 “우리는 조별리그 3경기를 했지만 북한은 2경기만 했고 휴식일도 하루 적다. 대회 운영 방식에 의문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경기는 더 가관이었다. 북한은 초반부터 한국 선수들을 향해 노골적으로 거친 태클을 퍼부었다. 정상적인 판정이 이뤄졌다면 북한 선수들에게 경고나 퇴장이 쏟아져야 했다. 심지어 몸싸움 도중 팔꿈치를 휘두르는 장면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주심은 경기운영 능력이 빵점이었다. 북한의 거친 플레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오히려 주심은 전반 41분 북한 골키퍼와 충돌한 손화연(현대제철)에게 옐로카드를 꺼내는 이해하기 힘든 판정을 내놓았다. 이미 경고를 한 차례 받았던 손화연은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했다. 이후 경기는 급격히 북한 쪽으로 기울었다.

비디오판독(VAR)이 있었다면 그래도 정확한 판정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은 종합스포츠대회임에도 VAR이 없었다. 이상한 판정에 고스란히 노출된 한국은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한 채 후반에 와르르 무너졌다.

벨 감독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심판 판정에 대해 노골적으로 질타했다. 그는 “이 장면이 옐로카드라는 데 이견이 있다”며 “이런 심판이 훌륭한 심판일까에 대해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중요한 경기에서는 심판 판정이 적절했는지 의문이다”며 “이런 대회에는 더 전문적인 심판을 섭외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벨 감독은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대회 조직위원회 직원을 향해 ”심판에게, 조직위원회에 얘기해달라“며 ”누가 이렇게 대회를 만들었나. 제발 16팀이 4조로 경쟁하게 해달라“라고 소리쳤다.

벨 감독 입장에선 패배의 아쉬움과 더불어 여러 불리한 상황에 대한 억울함이 폭발한 순간이었다. 선수들이 경기 후 하나같이 눈물을 쏟은 것도 단지 경기에 졌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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