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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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글로벌 팝스타’.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빅히트뮤직이 솔로 가수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황금 막내’ 정국에게 붙이기 시작한 수식어다. 정국에게 붙인 ‘글로벌 팝스타’는 단순히 ‘K’를 떼어내고 ‘팝’을 내세웠다는 점뿐만 아니라 K팝 아이돌 가수들이 영어곡으로 활동하는 모습이 한결 자연스러워진 추세를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K팝 아이돌들의 영어곡 제작은 2020년대 들어 세계 최대 음악 시장인 미국 본토를 공략하기 위한 주요 전략 중 하나로 본격 자리 잡았다. 방탄소년단이 ‘다이너마이트’(Dynamite)와 ‘버터’(Butter)로 빌보드 핫100 1위에 오르는 대업을 이뤄낸 게 영어곡 제작 열풍이 불어닥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올 초에는 무명 아이돌 그룹이었던 피프티 피프티가 ‘큐피드’(CUPID)의 영어 버전으로 중소기획사의 한계를 극복하고 핫100에 초고속 진입하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2010년대에도 영어곡 제작 움직임이 있긴 했으나 K팝이 지금과 같은 수준의 파괴력이 없을 때라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고 그렇기에 제작 시도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방탄소년단이 성과를 거둔 이후부터 현지 팬들뿐만 아니라 대중까지 터칭할 수 있고, 라디오 방송 횟수 점수를 높이기에도 수월하다는 게 검증되면서 영어곡 제작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 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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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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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서는 아예 국내 활동까지 영어곡으로 전개하는 가수들도 많아지고 있다. 영어곡을 해외 공략용이 아닌 국내외 모두를 아우르는 대표 활동곡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는 변화 지점이다.
이달 출격한 주자들 중에서는 그룹 엔믹스 출신 지니가 지난 11일 발매한 솔로 데뷔 앨범 ‘언 아이언 핸드 인 어 벨벳 글로브’(An Iron Hand In A Velvet Glove) 타이틀곡을 영어곡 ‘커먼’(C’mon)으로 택했다. 선미는 직접 작사에 참여해 영어로만 가사를 쓴 ‘캄 마이셀프’(Calm myself)를 지난 17일 발매한 새 싱글 ‘스트레인저’(STRANGER) 1번 트랙에 배치했다. 이들에 앞서 그룹 블랙핑크 멤버 제니는 월드투어 때 선보인 영어 솔로곡 ‘유 앤드 미’(You & Me) 음원을 지난 6일 발매해 주요 차트 최상위권에 꽂아넣었다.
| 르세라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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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 디지털 싱글을 내는 그룹 르세라핌도 데뷔 후 첫 영어곡인 ‘퍼펙트 나이트’(Perfect Night)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운다. 앞서 ‘세븐’(Seven)과 ‘3D’로 솔로 커리어의 시작점을 화려하게 끊은 정국은 11월 3일 발매하는 ‘골든’(Golden) 앨범에 담은 11곡 전곡을 영어곡으로 제작했다고 알려 이목을 끌었다. 정민재 평론가는 “국내 K팝 주 소비층이라고 할 수 있는 ‘1020’ 세대가 영어곡을 괴리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측면도 반영된 흐름”이라고 짚었다.
해외 음악 프로듀서들에게 작업을 맡긴 팝 스타일 곡으로 활동하는 가수들이 많아진 것 또한 변화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데모곡에 입힌 영어 노랫말을 그대로 살리거나 일부만 수정해 발표하는 사례들이 있다. 지니는 데뷔 쇼케이스에서 영어 버전으로 만들어진 데모곡이 마음에 들어 한국어 버전을 수록곡으로 싣고 영어 버전을 타이틀곡으로 선택했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한 음악 프로듀서는 “팝 스타일 음악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기획사들이 많은 상황인데, 가사까지 영어로 쓰는 흐름이 더욱 거세지면 자칫 K팝이 지닌 고유의 색채가 흐릿해지는 건 아닐까 걱정 되는 측면도 있다”며 “단순히 대세 흐름에 맞추기 위해 영어곡을 내세우려고 하는 접근은 지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