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 AG 2관왕 후 대표 선발전서 고배
동계 올림픽 향한 세 번째 도전서도 쓴맛
박지원, "편하게 스케이트 타며 잊었던 재미 느껴"
"대표팀 복귀가 우선... 운명이라면 올림픽 갈 수 있을 것"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월드컵 우승까지 16년이 걸린 리오넬 메시도 월드컵만 보고 축구하진 않았을 거예요. 저도 올림픽만 보고 운동하진 않았습니다.”
 | | 올해 2월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당시 박지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
|
 | |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 사진=AFPBB NEWS |
|
대한민국 남자 쇼트트랙 간판이자 세계 최정상급 스케이터 박지원(서울시청)은 이번에도 동계 올림픽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지난 4월 열린 2025~26 쇼트트랙 국가대표 1·2차 선발 대회에서 고배를 마시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기 때문이다.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불과 2개월여 만에 맛 본 쓴맛이었다.
세 번째 올림픽 도전에서도 결실을 보지 못한 박지원은 시즌 준비보다 이르게 스케이트를 타며 편안함을 찾았다. 그는 ‘이데일리’를 통해 “학교도 다니고 편하게 스케이트도 탄다”며 “당장 눈앞에 놓인 시합이 없다 보니 목표를 향해 달려가지 않아도 돼서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박지원은 지금 보내는 시간을 ‘스케이트와 논다’고 표현했다. 그는 “특정 기록이나 경쟁 상대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 그냥 논다”며 “그렇게 타다 보니 ‘이런 재미를 좀 잊고 있었구나’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여전히 박지원의 국가대표 선발전 탈락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크다. 그는 “솔직히 몸 상태가 안 좋았다”며 “지금까지는 세계선수권대회나 국가대표 선발전을 바라보고 훈련했는데 이번엔 동계 아시안게임에 많은 초점을 뒀다”고 돌아봤다. 이어 “시즌 막판이 아닌 중반에 있는 대회에 맞추다 보니 동계 아시안게임 이후 컨디션이 하향 곡선을 그렸고 회복도 잘 안됐다”며 “모든 선수가 100~120%로 나오는 선발전이기에 이겨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 |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 사진=AFPBB NEWS |
|
 | | 지난 4월 2025~26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 참가한 박지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
|
박지원은 종목은 다르지만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를 예로 들며 다시 한번 스케이트화 끈을 조여 맸다.
메시는 19세던 2006년 국제축구연맹(FIFA) 독일 대회를 통해 월드컵에 처음 도전했다. 이후 3차례 월드컵에 더 나섰으나 트로피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월드컵까진 품지 못할 거란 예상이 커졌던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35세에 염원하던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박지원은 “메시도 첫 월드컵 출전부터 우승까지 16년이 걸렸다”며 “그 과정에서 메시도 월드컵만 보고 축구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메시만큼 위대한 선수는 아니지만 저도 올림픽만 보고 운동하진 않았다”며 “올해 잘하고 다시 국가대표가 된 뒤 월드 투어에 나서는 게 먼저다. 그러다 운명이라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꾸준함을 강조했다.
그는 실패로 배우는 경험을 높게 평가했다. 박지원은 “사실 실패에서 오는 경험도 상당히 좋아한다”며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모르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배우는 게 있고 도움이 된다”며 성장의 거름이 되리라 밝혔다.
이젠 자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올림픽 출전 여부에 대한 관심도 즐긴다고 말했다. 그는 “이룰 수 있는 선수로 평가되기에 그런 말도 나오는 거로 생각한다”며 “기대, 부담을 안고 승리했을 때 얻는 짜릿함은 더 크다”고 웃었다.
 | | 올해 2월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당시 박지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
|
 | | 올해 2월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당시 박지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
|
박지원은 또 한 번 자신이 없는 동계 올림픽 무대를 어떻게 바라볼까. 박지원은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이나 2022년 베이징 대회도 정말 재밌게 봤다. 굳이 슬퍼하면서 볼 이유는 없다”며 “그동안 함께 했던 한국, 외국 선수들이 나서는 대회기에 더 몰입하며 잘 볼 수 있을 거 같다”고 웃었다.
1996년생 박지원의 스케이트 날은 여전히 날카롭다. 언제든지 더 달리고 상대를 추월한 준비가 돼 있다. 그 역시 다음을 기대하고 있다. 박지원은 드라마에 비유하며 “20부작 수목 드라마 중 14부 정도가 끝난 목요일 저녁”이라며 “다시 드라마를 보기 위해선 수요일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앞으로 1년이 딱 그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4화 정도면 결말에 대한 추측도 많고 기대감도 클 시기”라며 자신이 써 내려갈 드라마를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지원은 “스무 살에 처음 국가대표가 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달리고 있는데 중간중간 많이 쉬었다. 하필 그때가 올림픽 때라 마음 아파하신 분도 많았다”면서도 “다음이 오면 매번 일어나서 돌아오는 선수기 때문에 기억하고 응원해 주시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