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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저축은행은 1일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막을 내린 NH농협 2014~2015 프로배구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8년 연속 챔피언을 노린 삼성화재를 3연승으로 제압하고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로써 지난해 신생팀으로 처음 리그에 뛰어들었던 OK저축은행은 창단 2년 만에 우승을 일궈냈다. 유니폼 상의에 적힌 ‘기적을 일으키자’라는 문구가 단순한 구호가 아닌 현실이 됐다.
OK저축은행은 러시앤캐시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첫 발을 내디뎠다. 기존 구단을 인수한 것이 아니라 대학 졸업 예정선수들과 다른 팀의 비주전급 선수들이 모여 맨땅에서 시작했다.
게다가 사령탑에 오른 김세진 감독도 초보이긴 마찬가지였다. 선수 시절 슈퍼스타로 이름을 날렸지만 지도자로선 감독은 커녕 코치도 해본 적이 없었다.
감독과 선수 모두 경험이 없다보니 첫 시즌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외국인선수 영입까지 실패하면서 다른 팀의 좋은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7개 팀 중 6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그들은 첫해 분명 가능성을 보였다.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손발이 맞으면서 이기는 빈도가 높아졌다. 2라운드까지 2승10패였던 그쳤던 OK저축은행은 3라운드 이후 9승9패를 기록했다. 최강 삼성화재도 2번이나 이기며 다음 시즌 돌풍을 예고했다.
아니나 다를까. 새내기로서 겪은 쓰라린 경험은 돈주고 살 수 없는 훌륭한 자산이 됐다. 2년차를 맞이한 OK저축은행은 전혀 다른 팀이 됐다. 미완의 대기였던 주축선수 송명근, 이민규, 송희채 등은 1년 사이 기량이 부쩍 늘었다.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했다.
구단도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센터로 명성이 자자했던 쿠바 대표 출신 시몬을 영입했다. 몸값을 두고 설왕설래도 많았지만 시몬의 영입은 돈이 전혀 아깝지 않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김세진 감독도 초보감독 딱지를 떼고 노련함을 장착했다. 젊은 감독 특유의 ‘형님리더십’은 선수들의 피끓는 패기와 맞물려 큰 시너지 효과를 냈다. 1라운드를 5승1패로 시작하며 리그 단독선두로 치고 올라섰다. 이후 삼성화재와 치열한 선두싸움을 벌이며 강팀으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OK저축은행은 삼성화재에게 밀려 정규리그 1위를 놓쳤다. 하지만 당당히 2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그리고 그들의 저력은 챔피언결정전에서 제대로 빛났다.
3위 한국전력을 2연승으로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OK저축은행은 8년 연속 챔피언 등극을 노린 삼성화재를 완전히 압도했다. 챔프전 3경기에서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완벽한 승리를 이뤘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OK저축은행은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다. 앞으로도 전성시대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삼성화재의 뒤를 이을 새로운 왕조 탄생도 기대해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