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금파 “32년 만에 다시 찾은 꿈… 가수로 당당히 인정받고파” [인터뷰]

윤기백 기자I 2020.11.13 21:47:36

가수에서 무속인, 무속인에서 가수로
9월 ‘인생은 회전목마’로 가요계 데뷔
“12월 정규앨범 계획… 신인상 욕심나”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32년 만에 다시 찾은 가수의 꿈, 이번엔 제대로 펼치고 싶어요.”

파파금파(사진=매니지먼트누리)
베테랑 무속인 파파금파(본명 이효남)가 32년 만에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가수의 꿈을 접은 채 운명을 받아들이고 무속인의 삶을 살아왔지만, 이제는 못다한 꿈을 다시 펼치며 정식 가수로 당당히 인정받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파파금파는 지난 9월 1일 첫 싱글 ‘인생은 회전목마’를 발표하고 정식 데뷔했다. 사실 파파금파의 가수 도전은 32년 전인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예대에서 연기전공을 했던 파파금파는 연기보다 음악에 더 큰 흥미를 느꼈고, 1988년 2월 직접 제작한 앨범을 발매했지만 3개월 만에 군 입대 영장이 나오면서 어쩔 수 없이 가수 꿈을 접게 됐다. 군 제대 후 파파금파는 생계를 위해 포장마차부터 식당 종업원 등 다양한 일을 하면서 힘겹게 살아왔지만 그의 삶은 결코 순탄치 못했다. 자신의 운명을 거스를 수 없었던 파파금파는 결국 무속인이 되기로 마음먹었고, 20년 넘도록 ‘무당금파’로 살아왔다.

“무속인이 되기 전의 과정은 뭔가 되는 듯하면 무너지고, 또 무너지기를 반복합니다. 그런 과정을 스무 살부터 15년 동안 겪어왔습니다. 매번 뚜렷한 결과물을 얻지 못해 뭔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무속인의 삶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현존하는 무속인 중에서 감히 톱(TOP)을 찍었다 할 수 있을 정도로, 당당히 인정받는 무속인이 됐습니다.”

파파금파는 무속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에도 음악과 예술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 무속인 활동을 하면서 ‘굿’의 진면목을 알게 된 파파금파는 전통예술의 한 종류인 ‘굿’을 많은 이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굿에 대한 시선이 그리 좋지 않았다. 여전히 음지 문화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컸던 파파금파는 해외 무대에서 먼저 굿을 알리기로 했다. 그렇게 파파금파는 ‘황해도 굿’을 세계 무대에 선보이기 시작했고, 월드 톱 클래스 예술인만 입성할 수 있다는 미국 뉴욕의 카네기홀과 워싱턴 국회의사당 무대에 올라 전 세계인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파파금파(사진=매니지먼트누리)
“사실 굿은 전통예술의 한 종류로 볼 수 있는데, 국내에서는 그리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합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해외에 먼저 굿을 알리자’였고, 해외에서 인정받으면 국내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질 거란 생각으로 있는 열과 성을 다해 활동했습니다. 카네기홀과 더불어 링컨센터에서도 굿을 선보이고 싶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쉽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링컨센터에서 굿을 선보이고 싶고, 또 굿의 아름다움을 알릴 수 있는 영화를 제작할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무속인으로서, 황해도 굿의 공연자로서 승승장구했던 파파금파는 우연한 기회로 꽁꽁 숨겨 온 가수의 꿈을 다시 꺼내게 된다. MBC 토크쇼 ‘낭만클럽’에서 인연을 맺은 가수 더원이 ‘노래를 해보는 건 어떠냐’고 권유하면서부터다. 가수의 꿈을 접은 지 무려 32년 만이다. 파파금파는 오랜 고심 끝에 다시 음악에 도전해보자는 각오를 다지게 됐고, 그렇게 그의 인생은 제2막을 맞게 된다.

지난 9월 공개된 첫 싱글 ‘인생은 회전목마’는 파파금파의 매력이 잘 담긴 곡이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주변인에게 늘 밝은 에너지를 전달했던 파파금파의 선한 매력이 노래 곳곳에 묻어났다. 특히 트롯과 샹송을 버무려 만든 곡인 만큼 기존에 발표됐던 트롯과는 확실한 차별화를 이뤘고, 파파금파 특유의 허스키한 보이스가 더해지면서 기대 이상의 결과물이 탄생했다. 무엇보다 이 곡의 백미는 노랫말이다. ‘하늘아 나를 도와줘 / 내가 웃을 수 있게’ ‘내 마음의 상처들 모두 다 / 훌훌 털고 날아갈 수 있게’ 등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힘겨운 이들에게 위로가 될만한 가사로 가득 차 있다. 그야말로 힐링, 위로 그 자체인 셈이다.

“처음 들었을 땐 ‘내가 과연 이 노래를 소화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세미 트롯을 선호하는 편인데, 워낙 실험적인 장르다 보니 이 노래가 내 스타일과 잘 맞을까 염려도 됐습니다. 하지만 노래를 직접 불러보니 나와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고,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계속 제 귀에도 맴돌았습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분들에게 위로를 주고 싶은 마음을 담아 가사를 썼는데, 많은 분께서 가사를 주목해 들어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습니다.”

‘인생은 회전목마’ 뮤직비디오에는 개그맨 김경진이 출연해 웃음을 더했다. 파파금파는 “김경진씨가 출연해서 뮤직비디오가 코믹하게 완성될 수 있었다”며 “힘든 일도 있겠지만 계속해서 희망을 갖고 있으면 대박이 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파파금파는 또 “사실 삶이란 것이 어떤 마인드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크게 좌지우지되는데,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겐 부정적인 기운이 올 수밖에 없다”며 “운은 자기 컨트롤이라 생각한다. 희망적인 생각으로 살아야 좋은 일만 가득할 것”이라고 했다.

파파금파(사진=매니지먼트누리)
파파금파의 가수 행보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약 한 달 반 만인 10월 19일 배우 김보연과 듀엣곡 ‘작은 연인들’을 발매했다. 마치 오랫동안 듀엣으로 활동해왔던 것처럼, 두 사람의 어울림은 ‘완벽’ 그 자체였다. 30년 만에 가수로 복귀한 김보연에게도 파파금파는 최고의 파트너였던 셈이다.

“김보연씨도 ‘낭만클럽’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습니다. 음식이란 공통 관심사로 친해져 김보연씨와 누나 동생 사이가 됐는데, 가끔 집에서 식사도 하고 담소도 나누며 친분을 쌓게 됐습니다. 그러던 중 김보연씨가 목소리가 잘 맞을 것 같다며 먼저 듀엣을 제안했고, 왠지 잘 맞을 것 같은 생각에 흔쾌히 듀엣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파파금파는 올해 안으로 6곡이 수록된 정규앨범을 발매할 계획이다. 타이틀곡은 ‘인생은 회전목마’와 마찬가지로 듣자마자 흥이 올라오는 곡이 될 전망이다. 파파금파는 “12월에 신곡을 낼 예정인데, 김연자의 ‘아모르파티’와 같은 느낌의 곡”이라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가수 중 여자 가수에 김연자가 있다면, 남자 가수엔 파파금파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끝으로 파파금파는 활동 목표를 묻는 질문에 “가수로 당당히 인정을 받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파파금파’라는 가수가 있었고, ‘인생은 회전목마’라는 좋은 노래를 있다는 걸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기억해 주셨으면 한다”며 “조금 더 욕심을 부린다면, 내 노래를 듣고 많은 분이 긍정적인 기운을 받으셨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파파금파는 또 “33년째 신인상을 노리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며 “올해는 이미 다 지나갔으니, 내년에 34년 만의 신인상을 노리겠다”고 말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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