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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첫 방송은 한국과 일본 연습생 96명에 대한 소개와 소속사별 무대 평가로 구성됐다. 2012년 걸그룹 애프터스쿨 멤버로 합류해 정식 데뷔했지만, 5년 동안 활동이 없었던 이가은(플레디스)이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기본기가 탄탄한 한국 연습생과 애교나 팬 서비스가 중요 덕목인 일본 출연자들과의 실력 차가 눈길을 끌었다.
방송 말미 공개된 첫 투표 결과는 의외였다. 이가은을 포함해 미모와 실력, 끼 등이 부각된 안유진(스타쉽), 장원영(스타쉽), 장규리(스톤뮤직) 최예나(위에화)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정작 1위는 미야와키 사쿠라(HKT48)였다. 또 다른 현지 인기 멤버인 마츠이 쥬리나(SKE48)는 4위에 올랐다. 둘 다 무대 공개 이전인 상태였다.
일각에선 예상된 결과였다고 지적한다. AKB48은 일본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걸그룹이다. 데뷔 순위에 포함된 오른 미야와키 사쿠라, 마츠이 쥬리나, 시로마 미루(NMB48, 9위), 코지마 마코(AKB48, 12위) 등은 최소 6년 이상 활동한 베테랑 멤버들이다. 국내서도 팬덤을 보유하고 있거나 인지도가 높다. 1회 등급 평가에서 유일하게 A를 받은 일본 참가자 타케우치 미유의 순위는 39위. 상대적으로 비인기 멤버로 분류된다. 실력을 떠나 한국 출연자는 데뷔도 하지 못한 연습생들이다. ‘프로듀스’ 시리즈의 순위는 사실상 인기투표다. 팬들이 방송 분량에 민감한 이유기도 하다. 이번 결과는 출발점부터 현저히 다른 경쟁임을 말해준다.
이미 데뷔해 현지서 활동 중인 AKB48 멤버들의 ‘꿈’을 ‘프로듀스48’을 통해, 즉 한국 시청자의 힘으로 이뤄야 하는지도 의구심이 생긴다. 첫 방송 이후 AKB48을 향한 관심이 쏠리며 ‘AKB48 한국 홍보’라는 모양새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 16일 일본 나고야에서 AKB 총선이 열렸다. 전날 ‘프로듀스48’에서 집중 조명한 미야와키 사쿠라, 마츠이 쥬리나가 각각 3,1위를 차지했다. ‘프로듀스48’이 없었다면 AKB 총선 결과가 지금과 같은 한국의 관심을 얻었을지 의문이다.
‘프로듀스48’은 겨우 첫 발을 뗐다. 첫 방송 투표 상위권 멤버가 반드시 데뷔한다는 보장도 없다. 그만큼 지난 시즌을 돌이켜보면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아이오아이(시즌1) 센터 전소미는 초반부터 관심이 쏠렸지만, 워너원(시즌2) 센터 강다니엘은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며 최종 1위를 차지했다. 데뷔조는 국적과 상관없는 12명. 최종 결과까지 점치기엔 아직 이르다.
앞서 제작진은 “한일전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우익 발언, 전범기 논란 등에 대한 해명 대신 “꿈을 이뤄나가는 소녀들의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매번 각종 이슈의 중심에 서는 ‘프로듀스’ 시리즈다. 한일 합작으로 판을 확장한 이번 시즌이 시청률과 함께 긍정적인 평가까지 얻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