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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24)이 캐디 그리고 매니저와 함께 미션힐스 컨트리클럽 18번홀 그린 옆에 있는 작은 연못을 향해 달려갔다. 두 팔을 번쩍 들고 입수한 고진영은 해마다 이 골프장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시즌 첫 메이저 대회 ANA인스퍼레이션의 우승 전통에 따라 ‘포피 폰드’(Poppy‘s Pond)로 불리는 작은 연못에 빠졌다.
8일(한국시간) 끝난 대회에서 한국선수로는 이 대회에서 5번째 우승자가 된 고진영은 “5년 전부터 이 대회에서 우승해 연못에 뛰어들고 싶었는데 오늘 그 소망을 이뤘다”고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미션힐스 컨트리클럽의 18번홀은 몇 개의 연못이 연결돼 있다. 그린 전체를 둘러싼 연못을 통틀어서는 ‘다이나쇼어 챔피언스 레이크’(Dinah Shore Champoins Lake)라고 부른다. 그 중 그린 한쪽 갤러리 스탠드를 향하고 있는 제일 작은 연못에 ‘포피 폰드’라는 명칭이 붙었다.
우승자가 ‘포피 폰드’에 다이빙하는 세리머니를 하게 된 건 1988년부터다. 이 대회의 전신인 나비스코 다이나 쇼어 대회에서 우승한 에리미 엘코트(미국)가 우승의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이 연못에 뛰어들었다. 이후 엘코트는 1991년 다시 우승한 뒤에도 똑같은 우승 세리머니를 했고, 1994년 도나 앤드류스(미국)이 우승을 차지한 엘코트처럼 이 연못에 빠졌다. 그 뒤 ‘다이빙 세리머니’는 대회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우승자가 연못에 다이빙하는 세리머니가 전통이 되면서 대회 기간동안 기념품 판매점 안에는 흰색 가운이 전시돼 있다. 세리머니 후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 가운을 입혀준다. 마스터스의 그린재킷처럼 이 대회에선 흰색 가운이 우승자를 상징한다.
한국 선수로 처음 입수 세리머니를 한 주인공은 박지은이다. 2004년 한국선수 최초로 이 대회에서 우승해 포피 폰드에 뛰어들었다. 그 뒤 유선영(2012년), 박인비(2013년), 유소연(2017년)에 이어 고진영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포피 폰드로 부르게 된 배경은 14년 동안 이 대회 총괄책임자이던 테리 윌콕스의 공로를 기리면서 붙여졌다. 포피는 당시 7살이던 윌콕스 손주의 별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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