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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70-70 대기록' 이동국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이석무 기자I 2017.09.18 15:54:55
K리그 최초로 ‘70-70 클럽’(197득점-71도움)에 가입한 이동국이 17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스틸러스와의 경기서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프로축구연맹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008년 개봉한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주인공 벤자민 버튼은 80세의 외모로 태어나 시간이 흐를수록 젊어진다.

‘라이언킹’ 이동국(38)의 시간도 벤자민 버튼처럼 시간이 거꾸로 흐르고 있다.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여전히 그는 최고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이동국은 지난 17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9라운드 포항과 원정경기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했다. 이날 활약으로 통산 기록을 197골 71도움으로 늘린 이동국은 K리그 역대 1호 ‘70-70 클럽’에 가입했다.

70-70이라는 숫자도 대단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 기록을 20년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이뤄냈다는 점이다.

이동국은 1998년 포항스틸러스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데뷔했다. 첫 시즌 11골 2어시스틀 기록하며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10대 나이로 국가대표에 뽑혀 그해 프랑스 월드컵에도 출전했다.

이후에도 이동국이 있는 자리에는 스포트라이트가 떠날 줄 몰랐다. 한국 축구의 중심에 늘 그가 서있었다. 혹사 논란이 불거질 정도로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하지만 그가 탄탄대로만 걸었던 것은 아니었다. 한국 축구 역사에서 가장 빛난 순간이었던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대표팀에 그의 자리는 없었다.

군복무를 마치고 2007년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에 입단했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쓸쓸히 돌아왔다. K리그에 복귀해서도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채 조용히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 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새 둥지를 튼 전북 현대에서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2009년 22골, 2011년 16골을 넣으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몇 년전부터는 동료들을 살리는 어시스트에도 눈을 뜨면서 더욱 무르익은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올시즌도 21경기에 출전해 5골 5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는 38살의 나이에 다시 국가대표로도 뽑혔다. 한국 축구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나가는데 힘을 보탰다.

물론 다섯 아이의 아빠인 이동국은 체력적인 부분은 전성기에 비해 떨어진게 사실이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동국은 시간의 흐름을 철저한 자기 관리와 차곡차곡 쌓은 노련미로 거스르고 있다. ‘영혼의 단짝’ 최강희 감독의 전폭적인 믿음과 철저한 관리도 이동국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70-70이라는 대기록을 완성한 이동국의 다음 목표는 전무후무한 K리그 200골 대기록이다. 앞으로 3골만 추가하면 사상 첫 200골을 달성하게 된다.

이동국은 대기록을 세운 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나가는 경기마다 모든 찬스를 살리고 싶다. 매경기 골을 넣고 싶다”고 골잡이 다운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긴 시간이 흘러 ‘19살 라이언킹’은 ‘38살의 대박이 아빠’가 됐지만 이동국은 여전히 노장이나 전설이 아닌 최고의 주역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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