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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탁구가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메달을 하나도 수확하지 못한 것은 28년 만이다. 물론 한국 탁구가 1980~90년대 전성시대에 비해 초라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동메달 1개 조차 따내지 못한 것은 의외의 결과다.
한국 탁구는 그래도 단체전에서 메달권에 꾸준히 진입해왔다.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선 남녀 모두 단체전 동메달을 따냈다. 2012년 런던 대회에선 남자가 은메달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여자 단체는 8강에서 짐을 쌌고 남자도 메달을 코앞에 두고 4위에 멈췄다.
한국 탁구의 몰락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꼽히고 있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세계 탁구의 흐름에 뒤처져있다는 점이다. 현재 세계 탁구는 강력한 파워를 앞세운 공격적인 스타일이 강세다.
남자 세계랭킹 1위인 마룽은 ‘탁구괴물’, ‘슈퍼맨’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마룽은 알고도 못막는다고 할 정도로 강력한 포핸드를 자랑한다. 강한 근육과 체력에서 나오는 힘으로 상대를 압도한다. 세계 정상을 지키는 중국 선수들 대부분이 파워를 앞세운 공격탁구를 펼친다.
반면 한국은 대표팀의 에이스인 주세혁(36·삼성생명)과 서효원(29·레츠런)이 수비형 전형이다. 수비형 선수는 우리나라에 유독 많다. 상대 공격을 계속 커트로 받아넘기면서 범실을 유도하는 것이 수비형 스타일이다.
하지만 상대가 강력한 파워로 압박한다면 수비형 선수가 버틸 재간이 없다. 한국의 주세혁과 서효원은 수비형 선수로는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상대 공격을 먼저 받아야 하는 수비형의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반면 공격적인 스타일을 가진 남자부 정영식(24·미래에셋대우)이나 여자부 전지희(24·포스코에너지)는 해외 선수들을 상대로도 대등한 싸움을 벌였다. 기술적인 부분은 다소 부족했지만 공격적인 면에선 밀리지 않았다. 이들의 선전을 보면서 한국 탁구도 강한 파워를 가진 공격형 선수를 키워야 한다는 숙제를 확인했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어린 선수들을 키우는 세대교체도 필요하다. 일본이 좋은 예다. 일본은 불과 1~2년 전까지도 한국보다 수준이 아래였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남자가 단체전 은메달, 여자가 단체전 동메달을 수확했다. 과거 한국이 서있던 자리를 이제 일본이 꿰찬 것이다.
일본 남자 대표팀은 요시무라 마하루(23)와 미즈타니 준(27), 니와 고키(22) 등 20대 초중반 선수들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10대 시절부터 꾸준히 국가대표로 나서면서 경험을 쌓았다. 20대 초중반이 된 지금 기량이 전성기로 올라섰다는 평가다.
여자팀은 더욱 놀랍다. 대표팀 멤버인 이토 미마는 만 15년300일 만에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을 거머쥐었다. 10살때 일본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탁구 신동’으로 불렸다. 일본탁구협회는 어린 소녀인 이토를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시키며 경험을 쌓게 했다. 그 결과 어린 나이에도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일본 언론은 “이토가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될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국내 선수로 훌륭한 자원이 찾기 어렵다면 과감히 귀화 선수에게 눈을 돌리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여자 대표팀의 전지희는 2011년 중국에서 귀화한 선수다. 이번 올림픽에서 단식은 16강에서 탈락했지만 단체전 8강전에선 단식과 복식을 모두 따내며 희망을 보여줬다.
탁구의 경우 중국에서 태어났거나 중국 혈통인 30여명이 선수가 이번 올림픽에서 경기를 벌였다. 중국과 홍콩, 대만 선수 12명까지 합치면 탁구 종목은 중국인 선수들 독차지였다. 그만큼 실력있는 선수들이 많이 있다는 의미다.
물론 중국 선수들을 무차별로 받아들일 경우 부작용이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만 국내 탁구의 경쟁력을 높이고 중국 탁구에 대한 적응력을 키울 수 있다면 실력있는 중국 선수의 귀화는 충분히 검토할만한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