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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명예회장은 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최근 회원국의 요청이나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거의 모든 AFC 회원국들에게 플라티니를 FIFA 회장으로 추대한다는 추천서 양식을 보냈다”고 밝혔다.
정 명예회장은 “중국, 일본, 몽골, 인도, 싱가포르를 비롯한 대부분의 AFC 회원국들이 이 같은 서신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한국과 요르단에는 보내지 않았다”며 “AFC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축구연맹(CAF)에서도 이같은 행위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FIFA 법규에 의하면 FIFA 회장을 추천할 수 있는 권리는 회원국의 고유한 권한이고 개별 회원국은 의사결정을 독립적으로 제3자의 영향력 없이 실행해야 한다. AFC의 이같은 행위는 FIFA 법규 제24조 1항과 제17조 1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정 명예회장은 “우리는 이것이 선거의 공정성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고 보고 도메니코 스칼라 FIFA 선거관리위원장, 코넬 보르벨리 윤리위원장에게 지난달 31일 관련 자료와 함께 공식 서한을 보내 AFC 회장인 셰이크 살만,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 CAF 및 기타 연맹을 포함한 관련자들의 위법행위를 철저히 조사해 공개하고 이러한 불법행위를 통해 전달된 추천서의 무효화 및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했다”고 했다.
특히 정 명예회장은 플라티니 UEFA 회장에게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정 명예회장은 “불법추천서 강요행위의 최대 수혜자이자 당사자인 플라티니”라고 못을 박은 뒤 “대륙연맹들이 광범위하게 서한을 돌렸는데 과연 플라티니가 몰랐을까”라며 배후에 플라티니 회장이 있다고 기정사실화했다.
그동안 정 명예회장은 플라티니 회장에 대해선 직접적인 공격을 최대한 피해왔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선 ‘부정선거의 당사자’ 등 강한 표현으로 직격탄을 날렸다.
그만큼 정 명예회장이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동시에 선거 구도가 플라티니의 독주로 흘러가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로도 받아들여진다.
정 명예회장은 “플라티니는 FIFA 선관위의 조사를 기다리지 말고 이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표명해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정 명예회장의 기자회견 일문일답.
-사안의 심각성은.
▲비밀투표 원칙에도 불구, 대륙연맹이 각국에 서신을 돌려 공개적으로 지지성명을 유도한 것은 명백한 부정선거다. 너무 오랜만에 선거를 하다보니 FIFA의 선거를 어떻게 하는지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선거는 선거관리 과정이 중요하다. 불법선거운동을 자진신고한 셈이다. FIFA가 자신들의 말에 복종하지 않으면 탄압할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고, 탄압하는 기구로 바뀌었다면 잘못된 것이다.
-FIFA에 답신을 보낸 나라는.
▲AFC가 한국과 요르단 외의 회원국에 서한을 발송했다. 요르단의 알리 빈 알 후세인 왕자도 출마선언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공식적으로 문제제기한 건 제가 유일하다. 저도 그게 의아하고 불만이다. 모든 대륙연맹에서 비슷한 일 벌어지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어느 국가가 답신을 보냈는지에 대해서는 제롬 발케 FIFA 사무국장이 답하는게 적절하다.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
▲FIFA가 모든 자료를 가지고 있을테니 신속히 조사해 현황을 공개, 지지표명은 무효화하고 관련자를 처벌해야한다. FIFA 선거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에게는 월요일 메일을 보냈다. 사무국에 도착한 양식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FIFA 사무국에서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어야 되는데 플라티니가 축구선수로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좋아서인지 아니면 그분이 선거를 무시해서 인지 있을 수 없는 일들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FIFA의 묵인 가능성은.
▲FIFA가 플라티니를 지지하는 건 있을 수 없다. FIFA 회장은 선거관리위원장인 만큼 자신의 의사를 다른 투표권자에게 강압하면 절대 안된다. 블라터와 플라티니의 사이도 예전만큼 가깝지 않은 것으로 안다. 각 대륙연맹 회장은 선거를 통해 뽑는 만큼 상당한 영향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