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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지는 22일 경기도 파주시 서원밸리 컨트리클럽 서원힐스 코스(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20만달러)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쳐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재미교포 엘리슨 리와 공동 1위로 경기를 마쳤다. 이후 연장전에서 버디 퍼트를 넣어 엘리슨 리를 누르고 우승했다.
이날 우승으로 이민지는 한국에서 치른 연장전 연패의 아쉬움을 씻었다. 4주 전에는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이다연에게 져 준우승했다. 앞서 지난 2021년에도 하나금융 챔피언십에서 연장전까지 갔으나 송가은에게 우승을 내줬다.
비록 KLPGA가 아닌 LPGA 투어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한국에서 치른 두 번의 연장전에서 모두 쓴맛을 봤던 이민지는 이번 대회에선 완벽한 경기로 기어코 우승을 만들어 냈다. 두 번째 샷이 절묘했다. 먼저 앨리슨 리가 홀 뒤쪽 약 3m 지점에 공을 떨어뜨리자 이민지는 1.5m에 붙였다. 엘리슨 리의 버디 퍼트가 홀을 살짝 비켜갔고, 이민지는 버디 퍼트를 넣어 긴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우승 상금은 33만 달러(약 4억4000만원)다.
지난 9월 크로거 퀸시티 챔피언십에서 LPGA 투어 통산 9승을 달성한 이민지는 약 6주 만에 우승을 추가하며 개인 통산 10승을 달성했다.
연장 승부를 펼친 이민지와 엘리슨 리는 2014년 LPGA 퀄리파잉스쿨을 공동 수석으로 통과한 인연이 있다. 김세영과 김효주가 LPGA 데뷔 동기다.
워낙 쟁쟁한 선수가 많아 신인왕 경쟁에선 이민지 3위, 엘리슨 리 5위로 첫 시즌을 보냈다.
앞서 아마추어로 활동하던 2012년에는 US여자주니어챔피언십 결승에서 만나 대결한 적도 있다. 매치플레이로 펼쳐진 대회에서 이민지가 1홀 차로 엘리슨 리를 제치고 우승했다. 11년 만에 다시 한국 땅에서 재대결이 성사됐으나 이번에도 이민지가 웃었다.
아마추어 시절과 달리 프로 무대에선 이민지가 멀찌감치 앞서갔다. 이민지는 프로 첫해 킹스밀 챔피언십 우승을 시작해 이번 대회에서 10번째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엘리슨 리는 프로 데뷔 초기 투어 활동과 학업을 병행했다. UCLA 대학에서 정치사회학을 전공한 엘리슨 리는 2017년 졸업했다. 그 뒤 투어 활동에 전념했으나 아직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호주와 미국에서 태어난 교포라는 공통점도 있다. 이민지는 호주 퍼스에서 태어났다. 프로골퍼 지망생이었던 어머니 이성민 씨의 영향으로 일찍 골프를 배웠다. 호주 국가대표를 지냈고, 2015년 프로로 전향했다. 남동생 이민우는 유럽 DP월드투어와 미국 PGA 투어에서 뛰고 있다. 지난주 아시안투어 마카오 오픈에서 우승해 남매가 2주 사이 연달아 우승하는 진기록을 썼다.
엘리슨 리는 1995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아일랜드인 할아버지와 한국인 할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어머니는 한국인이다.
6세 때 골프를 시작한 엘리슨 리는 아마추어 시절엔 2013년과 2014년 사이에 14주 동안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를 차지하며 두각을 보였다.
이민지의 우승으로 이 대회에선 지난해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에 이어 2년 연속 교포 선수가 우승했다.
대회 2연패에 도전한 리디아 고가 14언더파 274타로 단독 3위에 올랐고, 에인절 인(미국)이 단독 4위(13언더파 275타)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 선수 가운데선 프로 통산 65승에 도전한 신지애와 이정은이 나란히 12언더파 276타를 쳐 셀린 부티에(프랑스) 등과 함께 공동 5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중학교 3학년생 아마추어 박서진이 10언더파 278타, 공동 13위로 올라 주목받았고, 최종일 6타를 줄인 박성현은 합계 9언더파 279타로 공동 16위에 올라 지난해 6월 숍라이트 클래식 공동 15위 이후 1년 4개월 만에 LPGA 투어 대회 ‘톱 20’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