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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살' 리치 힐, 20년 전 데뷔한 리글리필드서 감동의 역투...5이닝 3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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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무 기자I 2025.07.23 15:49:33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005년 6월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시카고 리글리필드. 당시 25살의 젊은 왼손 유망주 리치 힐(45)이 빅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45살의 베테랑 투수 리치 힐이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AP PHOTO
캔자스시티 로열스 유니폼을 입고 선발 등판에 나선 리치 힐. 사진=AP PHOTO
20년이 지난 2025년. 흰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한 45살의 노장 투수는 야구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리글리필드에 다시 섰다. 자신이 빅리그 데뷔전을 치렀던 그 마운드에서 공을 던졌다. 젊은 시절 만큼의 빠른 공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그의 손끝에선 열정의 에너지가 뿜어져나왔다.

1980년 3월 11일생으로 45세인 힐은 캔자스시티 로열스 유니폼을 입고 23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이 빅리그 데뷔전을 치렀던 리글리필드에서 친정팀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선발 등판했다.

결과는 5이닝 6안타 3실점. 그 중 자책점은 단 1점에 불과했다. 숫자만 보면 평범해 보이는 기록이지만 그 뒤에는 냉혹한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포기하지 않고 살아남은 한 선수의 의지와 노력이 담겨있다.

마운드에 선 힐은 최고 구속 147km의 포심을 35개 던졌고 커브 28개, 슬라이더 16개, 스위퍼 6개, 체인지업 5개를 구사했다. 빠른공은 평균 이하였지만 주무기 커브와 슬라이더는 여전히 위력이 살아있었다.

이날 캔자스시티는 0-6으로 패했고 힐도 패전투수가 됐다. 2회말 야수 실책 두 개가 나오면서 2실점하는 불운이 따랐다. 타선도 단 1점도 뽑지 못하는 등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래도 힐은 지난해 9월 5일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으로 뉴욕 메츠전에 구원 등판한 뒤 약 10개월 만에 치른 빅리그 복귀전에서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줬다. 이날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시선도 그에게 집중돼 있었다.

힐은 컵스를 시작으로 캔자스시티 로열스까지 무려 14개 구단을 떠돌아 다녔다. 그린 야구 인생의 지도는 미국 전역을 아우른다. 2003년부터 2019년까지 14개 팀에서 뛴 에드윈 잭슨과 함께 ‘최다 구단 소속 등판 타이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또한 힐은 49세 나이로 선발 등판한 전설적인 제이미 모이어에 이어 MLB 역사상 두 번째로 나이 많은 선발 투수라는 기록도 세웠다.

지난해 9월 보스턴에서 방출당했을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은 힐의 커리어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앟다. 미국 대표로 프리미어12에 출전했고, 개인 훈련을 이어가다 올해 5월 캔자스시티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마이너리그에선 11경기 4승 4패, 평균자책점 5.22를 기록했다. 마침 캔자스시티 선발진에 구멍이 생기자 이번에 콜업돼 선발 복귀전을 치렀다.

힐은 경기를 마친 뒤 “올해 스프링캠프에 참여하지 못할 것이라는건 알고 있었다”며 “집에서 훈련하면서 내 안에 무언가가 남아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상황은 항상 변했지만, 나는 늘 다음 선발 등판을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며 “다시 기회가 주어져서 기쁘고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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