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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석 작가가 수줍게 웃었다. 남성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외모와 달리 귀여운 미소였다.
김원석 작가는 김은숙 작가와 함께 지난 14일 종영한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공동집필했다. ‘태양의 후예’는 2011년 대한민국스토리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김원석 작가의 ‘국경없는 의사회’를 원작으로 한다. 원작은 재난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의사들의 이야기였다. 김은숙 작가 합류하면서 로맨스가 강화됐다. 시진(송중기 분)의 직업은 의사에서 군인이 됐다. 덕분에 재난, 휴먼드라마, 멜로까지 다양한 장르를 망라하는 드라마가 완성될 수 있었다.
연출부 출신인 김원석 작가는 2008년 영화 ‘대한이, 민국씨’ 각색을 거쳐 지난 2013년 MBC 드라마 ‘여왕의 교실’을 통해 드라마 작가로 데뷔했다. “이제 연출보다는 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즐겁다”는 그였다. ‘태양의 후예’에 대해서도 “유쾌한 작업이었다”고 회상했다. 김은숙, 권은솔, 박민숙, 임메아리 등 총 5명으로 구성된 작가진 중 김원석 작가는 청일점이었다.
“이렇게 저렇게 떠들어요.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나오면 덧붙이고, 순서를 바꾸기도 하요. 사건 중심 구성이 익숙했는데, 누나(김은숙)와 작업하면서 인물을 따라가는 방식에 대해 배웠어요.”
의견이 엇갈릴 때는 다수결의 방식을 택했다. ‘작가 찬스’도 있었다. 2회에서 모연(송혜교 분)과 시진이 집 데이트를 하는 장면이 그랬다. “관계 진전이 너무 빠르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둘이 있으면 설레지 않겠나”라는 것이 김은숙, 김원석 작가의 생각이었다.
‘태양의 후예’는 사전제작됐다. “생방송처럼 쫓기며 작업하는 것보다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한 그는 “모니터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단점을 보완해서 사전제작이 방송가에 자리 잡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야외에서 진행된 개복 수술, 불사조 같은 유시진 등 다소 현실성이 결여된 장면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열심히 썼기 때문에 후회는 없지만, 좀 더 섬세했어야 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반성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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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멜로와는 거리가 멀었던 김원석 작가다. 차기작인 종합편성채널 JTBC 새 드라마 ‘맨투맨’은 경호원의 이야기로 알려졌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남자와 여자의 접근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걸 배웠다”며 “정통멜로를 할지 모르겠지만 사랑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처음엔 모험이었어요. 장르든, 기획이든, 제작비든 ‘태양의 후예’는 한국 드라마에서 한계로 여긴 것들을 새롭게 시도했으니까요. 참여한 누구나 부담을 느꼈을 겁니다. 새로운 시도가 환영 받는 분위기에 ‘태양의 후예’가 일조했다면, 영광스러운 일이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