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팅리-콜레티' 동반경질 '배제'않는 다저스의 속내

정재호 기자I 2014.10.10 16:43:08
[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 발표(각종 연봉보전 및 옵션 포함) 기준 2억5600만달러(약 2749억원)를 쏟아 붓고도 월드시리즈(WS) 우승은커녕 내셔널리그(NL) 챔피언십시리즈(CS) 문턱도 넘지 못한 LA 다저스가 대대적인 팀 개편작업을 시사하고 있다.

10일(한국시간) 여러 구단 소식통을 인용한 지역 유력지 ‘LA 타임스’를 비롯해 ‘FOX 스포츠’, ‘ESPN’, 미국 유명잡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트(SI)’ 등을 종합해보면 다저스는 구단 수뇌진 가운데 가장 먼저 단장을 교체하고 감독은 1년 더 신임하는 쪽으로 가닥 잡고 있는 걸로 나타났다.

◇ ‘매팅리 옹호론자’ 매직 존슨의 생각

다저스의 NL 디비전시리즈(DS) 탈락 직후 익명의 구단 고위 관계자는 실망감을 가득 안은 채 “나는 이미 모든 불평의 소리를 들어볼 각오가 돼 있다”며 “(책임) 정도가 약한 돈 매팅리(53)보다는 특히 네드 콜레티(60)에 집중될 것”이라고 알렸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둘 다 잘라버리고 싶은 게 지금 심정이다. 그러나 무턱대고 그럴 수는 없다.

‘뉴욕 데일리뉴스’는 “구단 내에서도 여러 가지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고 최종결정이 어떤 식으로 내려질지는 가늠하기 힘들다”고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전언하고 있다.

네드 콜레티 LA 다저스 단장이 매서운 눈초리로 누군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1년 전이었다면 경질 1순위는 매팅리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12개월 전과는 상황이 조금 다른 것이 지난겨울 매팅리는 구단으로부터 3년짜리 연장계약을 보장받아 이른바 ‘고용 보장’이 훨씬 안정돼 있다.

공동구단주 중 한명인 매직 존슨(55)은 매팅리 옹호론자의 대표주자로 드러났다. 스스로 북미프로농구(NBA)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그는 ‘FOX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매팅리는) 제외대상이다. 감독으로서 자존감이 강한 선수들을 잘 관리한 그의 퍼포먼스는 리그 최고 중 하나다”고 두둔했다.

정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다저스는 25명이 각기 다른 25개의 모자를 쓰고 있는 듯 하다”면서 “이래서야 어떻게 우승을 하겠나”고 했다. 다저스의 모래알 같은 팀 캐미스트리(화합)를 지적한 것인데 이와 관련해서는 매팅리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운명의 NLDS 4차전에서 야시엘 푸이그(23·다저스)를 벤치에 앉혀둔 게 패착이고 선뜻 이해할 수 없는 선수기용이었다고 매팅리를 비판한다.

그러나 큰 그림에서 보면 미국 야구는 단장의 야구다. 단장이 밥상(선수)을 차려주고 감독은 준비된 밥상으로 요리를 하는 역할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삼계탕을 만드는 데 빈약한 대추와 인삼만 갖다 놓고 다른 최고의 요리사들과 경쟁하라는 자체가 무리한 요구다. 닭만 좋다고 일품요리가 될 수는 없다. 좋은 대추와 인삼을 사올 만한 충분한 돈과 시간적 여유가 넘쳐흘렀음에도 이를 애써 무시한 사람에게 1차 책임이 있는 건 당연하다.

◇ ‘프기꾼’ 프리드먼과 매팅리 연관관계

다저스는 지난 8월말 선발과 구원이 모두 가능한 수준급의 좌완 J.A. 햅(32·토론토 블루제이스)을 캐나타 온타리오주 토론토까지 몸소 날아가 전격 스카우트한 바 있다.

한창 필요성이 대두될 시점이었으나 끝내 영입하지는 않았다. 시즌 막판 가슴 졸였던 선발투수난과 저력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한 포스트시즌(PS)에서 믿을 만한 좌완 구원투수의 부재를 뼈저리게 느꼈던 다저스였던 점을 감안했을 때 햅만 있었다면 또 얘기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몰랐다.

투수교체 타이밍을 알고도 마땅한 투수가 없어 주저할 수밖에 없었던 매팅리를 두고 적진인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조차 “신뢰 못할 불펜 진으로 인해 투수교체 타이밍을 과감하게 잡지 못한 채 지친 클레이튼 커쇼(26·다저스)로 밀고 가다 1,4차전을 잃고 만 매팅리의 선택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고 감쌌다.

햅은 일례일 뿐 여러 기회가 있었지만 결정을 과감하게 내리지 못하고 주저한 장본인은 바로 단장이다.

돈 매팅리 LA 다저스 감독이 덕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현 사태에 대해 누군가 하나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면 구단주 그룹의 교체에도 살아남아 2005년 말 이후 다저스를 지켜왔던 콜레티가 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이에 ‘SI’와 ‘NBC 스포츠’ 등은 다저스가 콜레티의 후계자로 한국야구 팬들로부터 ‘프기꾼(프리드먼+사기꾼)’이라는 훈장 같은 별칭으로 불리는 앤드루 프리드먼(37) 탬파베이 레이스 단장을 지목하고 나섰다.

그가 메이저리그의 사기꾼으로 통하는 건 ‘제2의 빌리 빈(52)’이라고 꼽힐 만큼 워낙 트레이드를 잘해서다. ‘저비용 고효율’을 누구보다 잘 실천하는 단장이다. 키워낸 스타선수를 싼값에 최대한 오래 써먹고 내다파는데 이때 데려오는 선수마다 소위 ‘빵빵’ 터져 만년 최하위였던 탬파베이를 일약 죽음의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의 신흥강호로 발돋움시켰다.

소문대로 프리드먼이 영입되고 그에게 전권이 부여될 경우 매팅리 감독이 예상외로 동반 경질될 가능성이 있다.

FOX 스포츠의 명칼럼니스트인 켄 로젠덜은 “다저스가 단장을 교체한다면 새 단장의 구미에 맞는 감독으로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로서는 구단이 매팅리를 재신임하는 쪽이지만 지켜볼 일이다”고 논평했다.

다저스가 2017년까지 감독직을 보장받은 매팅리를 신뢰한다면서도 일단 1년만 더 지켜보자는 목소리를 은근히 흘리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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