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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9 멤버들의 일부 소속사 관계자들은 4일 이데일리에 “소속 멤버가 믹스나인 데뷔에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많이 토로했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 상황일 것”이라고 전했다. 탑9 멤버들은 ‘믹스나인’에 출연해 경쟁을 할 때부터 최종 선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데뷔 무산으로 그런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이들의 실망감의 크기를 가늠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YG엔터테인먼트는 지난 3일 보도자료를 통해 ‘믹스나인’ 탑9의 데뷔 무산을 공식 발표했다. YG엔터테인먼트는 “믹스나인 계약기간은 ‘4개월+해외공연’”이라며 “요즘 가요계에서 제 아무리 실력이 훌륭한 그룹일지라도 등장과 함께 주목받기란 매우 힘든 만큼 조건을 변경해 3년 동안 1년에 준비 기간 1개월과 활동기간 2개월을 제안했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는 멤버들의 소속사 대표들에게 3년에 걸쳐 1년의 절반은 각자의 기획사에서 활동하고 나머지 절반은 ‘믹스나인’ 9명이 모여 함께 활동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지만 과반수 기획사들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여 이 같이 수정제의를 했다고 전했다.
◇ YG 고민 인정…판단 미스 책임은?
탑9 소속사 관계자들 중 일부는 “양현석 프로듀서가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 부분은 인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약기간 수정 역시 아이돌 그룹 멤버들을 제대로 연습시켜 대중 앞에 선보이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였다고 공감을 표했다. 멤버들을 위해 서로 양보하고 조율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당초 정했던 탑9의 활동기간을 수정하려 한 게 문제의 시발점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멤버들과 소속 기획사 모두 ‘4개월+해외공연’이라는 조건을 감안하고 ‘믹스나인’ 출연을 결정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멤버들과 소속사 모두 최종 탑9에 들 때까지 알고 있던 계약기간 이후의 활동을 미리 계획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간 수정은 이들의 활동계획뿐 아니라 멤버들이 각자 소속사로 돌아간 뒤 함께 하기로 한 그룹의 멤버들에게도 부담이었을 터다. 프로그램 방송 전에 이뤄졌어야 할 계약조건 설정이 뒤늦게 변경된 것은 전적으로 YG엔터테인먼트의 책임이다. YG엔터테인먼트는 ‘믹스나인’ 탑9 데뷔 무산 소식을 전하며 “약속된 4개월은 신곡 준비와 뮤직비디오 촬영, 안무 연습을 하기에도 벅차다는 생각과 더불어 단독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 15곡 이상의 곡이 있어야 하는데 4개월 안에 이 모든 것을 이루어내기는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밝혔다. 자신들의 판단 미스를 자인한 셈이다.
◇ 데뷔 무산으로 사라진 시청자 유료 투표
‘믹스나인’이 그룹 아이오아이, 워너원을 탄생시킨 Mnet ‘프로듀스101’처럼 인기를 끌었다면 탑9의 데뷔가 무리 없이 이뤄졌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믹스나인’이 관심을 끄는 데 실패한 게 탑9의 데뷔를 어렵게 했다는 것이다. 성공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이 결국 피해를 낳았다.
기획사가 가수를 제작하고 활동을 시키는 것은 결국 수익을 내기 위한 영리활동이다. ‘믹스나인’의 인지도가 낮았던 상황에서 탑9의 데뷔를 준비하고 방송에서 예고했던 대로 올해 4월까지 데뷔를 하는 것은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탑9의 계약조건 변경 및 데뷔 무산 결정에는 이에 대한 계산이 없었다고 말하기 어려울 터다. ‘4개월+해외공연’이라는 애초 조건을 따르자면 YG엔터테인먼트에 손해가 불가피했고 수정된 계약은 상황이 급한 일부 기획사들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게 뻔하다.
‘믹스나인’은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꿈을 향한 청춘들의 땀, 노력, 열정이 주요 소재다. 이를 기반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잡아 끄는 것, 그렇게 결성된 팀으로 수익을 내는 것은 제작진의 몫이다. 그런 책임까지 ‘믹스나인’ 출연진, 탑9 멤버들에게 전가됐다는 것은 문제다. 더구나 탑9 선발에 유료 ARS 투표로 동참한 시청자들에게도 손해를 안겼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시청자들과 약속을 깼다는 점은 심각성이 크다. 더구나 유료 결제가 포함된 약속이었다는 점에서 YG엔터테인먼트는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