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평가전은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나설 최종엔트리를 결정짓기 위한 마지막 검증 무대였다. 유럽에서 활약 중인 중인 선수들을 비롯해 해외파를 16명이나 불러들이는 등 최정예 멤버를 구축한 이유였다.
실제로 이날 베스트11 가운데 K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는 골키퍼 정성룡(수원)과 오른쪽 수비수 이용(울산), 단 2명 뿐이었다. 반면 유럽파는 6명이나 포함됐다. 현재 한국 축구가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멤버를 내세웠다고 봐도 틀리지 않았다.
단순히 해외에서 활약한다고 해서 실력이 낫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날 출전한 선수들은 오랜 기간 함께 손발을 맞춘 덕분에 홍명보 감독이 원하는 전술의 이해도가 뛰어났다. 미국 전지훈련 당시 새로운 선수들이 허둥지둥대며 흔들렸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최전방 원톱으로 출전한 박주영(왓포드)은 13개월만에 돌아온 대표팀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선 손흥민(레버쿠젠)도 쐐기골을 포함해 1골 1도움을 기록, 분데스리가 정상급 공격수의 클래스를 보여줬다.
손흥민과 함께 2선 공격을 책임진 이청용(볼턴)과 구자철(마인츠)도 상대 진영에서 활발한 공격 가담과 압박으로 끊임없이 찬스를 만들었다.
중원을 책임진 기성용(선덜랜드)는 소속팀에서와 마찬가지로 공수 연결고리이자 패스의 시발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기성용의 파트너로 나선 한국영(가시와 레이솔)도 ‘제2의 진공청소기’라는 별명 답게 적극적인 몸싸움으로 중원 싸움을 이끌었다.
포백 수비를 책임진 김진수(니가타 알비렉스),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김영권(광저우), 이용도 다소 불안한 구석은 있었지만 그리스의 공세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합격점을 받았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골키퍼 자리도 정성룡(수원)이 다시 주도권을 되찾았다. 무섭게 치고 올라왔던 김승규(울산)가 지난 미국 전지훈련에서 불안한 모습을 노출한 반면 정성룡은 이날 안정감 있는 모습으로 ‘홍心’에 가까이 다가섰다.
홍명보호는 이날 해외파가 가세한 그리스전을 통해 미국 전지훈련의 악몽을 씻고 다시 자신감을 되찾았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이 결코 꿈이 아님을 증명했다. 이제 남은 것은 앞으로 100일 동안 조직력을 가다듬고 컨디션을 100%로 끌어올리는 일이다.
특히 월드컵을 준비하는데 있어 가장 두려운 적은 부상이다. 소속팀에서 시즌을 소화하다보면 예기지않은 부상이 따라오게 마련이다. 이번 그리스와의 평가전을 앞두고도 차두리(FC서울), 황석호(산프레체 히로시마), 곽태휘(알 힐랄) 등 수비자원들이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 본선까지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들의 컨디션과 부상 상태를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며 “남은 기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부상을 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