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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포항구장에서 열리는 롯데와 경기를 앞두고 만난 이지영. 그는 최근 경기였던 18일 광주 KIA전을 다시 떠올렸다. 프로 무대 데뷔 후 처음 때려낸 한 경기 4안타 기록. 그 여운은 길게 남아있는듯 싶었다.
이지영은 “밸런스가 조금 잡힌 기분이다”면서 멋쩍게 웃어보였다.
18일 경기서 주전 마스크를 쓴 이지영은 첫 타석에서 땅볼에 그쳤지만 4회 두 번째 타석부터 안타 4개를 뽑아냈다. 2-2 동점이던 4회말 1사 3루서 우익수 방면 2루타(결승타)를 때려낸 것을 시작으로 우익수 방면 안타 2개와 내야안타까지 더해 4안타를 완성시켰다. 밀어쳐서 안타 3개를 만들어냈다는 것도 고무적이었던 부분.
아마추어 때는 한 경기서 더 많은 안타를 때려낸 적도 있었던 이지영이지만 프로 무대에서 안타 4개를 몰아친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지난 해도 한 경기 3안타가 개인 한 경기 최다안타였다. 1할대였던 타율은 2할8푼까지 치솟았다.
의미를 둘 부분은 있었다. 이지영은 “아팠다가 오랜만에 올라와서 타격 감각이 없었는데 그날 경기를 계기로 밸런스가 잡혔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리 다리를 들고 치면서 타이밍이 더 잘 잡히고 있다. 덕분에 타구도 중심에 잘 맞고 있고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게 느껴진다”면서 자신감도 내비쳤다.
화끈한 타격감을 보여준 덕분이었을까. 이지영은 20일 경기서도 선발마스크를 썼다. 지난 6경기 동안 주로 이흥련과 배터리 호흡을 맞춰 온 밴덴헐크. 이날의 주전은 이지영이었다. 13경기 출전에 선발로 나선건 이번이 8번째 경기.
분명 이지영으로선 남다른 의미있는 일이었다. 신인 이흥련의 성장세로 주전 자리가 위태로웠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를 악 물고 나선 경기. 이지영의 자신감대로였다. 이지영의 타격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결승득점이 그의 발에서 나왔다.
0-0으로 팽팽하던 3회 선두타자로 나선 이지영은 송승준의 포크볼을 받아쳐 중견수 키를 넘어가는 2루타로 연결시켰다. 타구는 담장까지 쭉쭉 뻗어갔을 만큼 잘 맞은 타구였다. 2루를 견제하던 송승준의 실책이 나오며 재빠르게 3루까지 안착. 김상수의 땅볼로 손쉽게 선취점을 올렸다.
4회엔 끈질긴 면모까지 보여줬다. 2사 1,2루 찬스서 7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차분하게 기다려 볼넷을 얻어냈다. 2사 만루. 비록 이 이닝에서 점수가 난 건 아니었지만 이지영이 말한 자신감이 엿보인 순간이었다.
이지영은 밴덴헐크와도 완벽 호흡을 자랑했다. 6회까지 4피안타 2사사구에 단 한 점도 내주지 않고 롯데 타자들의 방망이를 막아냈다. 9회 실책이 빌미가 된 점수가 이날 허용한 유일한 실점.
3회엔 손아섭의 도루를 저지하며 상대 공격의 맥을 끊었다. 1-0으로 앞서던 4회 보여준 수비도 결정적이었다. 4회초 2사 2루 위기서 나온 문규현의 중전 안타 때 중견수 정형식의 송구를 잡아 홈으로 파고드는 강민호를 태그아웃시키는 호수비도 펼쳤다.
공수에서 든든한 존재감을 보여준 이지영은 팀의 7-2 승리를 도왔다. 6연승 질주에 큰 힘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