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식 화장실+간이 의자’ 잼버리, 사실상 운동장 전체 쓴다... “회복 불가능이라 봐야”

허윤수 기자I 2023.08.10 17:42:41

S석엔 무대, E석엔 이동식 화장실 설치
잔디 담당자 "우리 입장에선 말 안 되는 소리"
최훈 행안부 실장 "훼손 최소화하고 복원 예산 준비"

K팝 콘서트를 하루 앞두고 E석(왼쪽)에는 이동식 화장실, S석(오른쪽)에는 무대 설치가 한창이다.
K팝 콘서트 무대는 S석 골대 뒤편부터 시작해 그라운드 안까지 이어졌다.
[상암=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잼버리 K팝 콘서트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사실상 그라운드 전체가 노출될 전망이다.

2023 새만금 잼버리 K팝 콘서트가 11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콘서트에 앞서 폐영식도 같은 장소에서 이뤄진다.

앞서 K팝 콘서트는 새만금 일대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급하게 변경됐다. 문화체육부는 장소 변경에 대해 “수용 인력과 이동 조건을 종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갑작스러운 변동은 끝이 아니었다. 문체부는 8일 K팝 콘서트 장소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재차 변경한다고 알렸다. 태풍 카눈의 한반도 통과 예보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오락가락 행정 속 경기장 잔디 훼손 문제도 불거졌다.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장소가 변경된다는 소식이 돌던 때 FC서울 관계자는 “E석이 가변석이기에 잔디를 상하지 않게 하는 선에서 충분히 공연이 가능하다”며 “현재 날씨에 잔디가 상하게 되면 큰 문제가 될 수 있기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관계자의 바람과 달리 무대는 S석 골대 쪽에 설치되고 있다. 10일 오후 4시께 찾은 경기장의 모습은 전체적인 공연 윤곽이 잡힌 모습이었다. 무대는 S석 골대 뒤편에서 시작해 페널티박스 넘어 그라운드의 ¼을 차지했다. 가변석인 E석 방면엔 이동식 화장실이 설치됐다. 경기장 안팎에는 간이 의자를 수시로 운반하며 사실상 그라운드 전역을 활용할 모습을 비쳤다.

E석 방면에는 이동식 화장실이 설치됐다. 주변엔 간이 의자가 자리하며 그라운드 전체가 활용될 모습을 보였다.
경기장 밖에서도 간이 의자 운반은 계속됐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지난해 3월 국내 처음으로 하이브리드 잔디를 선보였다. 당시 서울시설공단은 “하이브리드 잔디는 천연잔디와 인조 잔디가 95:5의 비율로 혼합됐다”며 “인조 잔디의 파일이 천연잔디의 뿌리와 엮이며 결속력을 높여 외부 충격으로 인해 잔디가 파이는 현상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만큼 큰 예산을 쏟았으나 약 1년 5개월 만에 훼손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한 K리그 구단 잔디 담당자는 “고온다습한 날씨에 그런 공연은 잔디에 100% 타격을 준다”며 “찬 바람이 불어야 회복되는데 지금 상황에선 거의 불가능이라 보면 된다”로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그는 “8월은 특히 잔디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하는 시기”라며 “공연은 하루겠지만 설치하는 시간, 철거하는 시간도 생각해야 한다. 설치 중 잔디에 물은 어떻게 주나?”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무대를 위해 기둥을 설치한 곳의 잔디는 거의 죽는다고 봐야 한다”며 “솔직히 나라에서 하라면 방법은 없겠으나 우리 입장에선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씁쓸해했다.

행정안전부의 최훈 지방자치균형발전실장은 10일 오후 4시 진행된 ‘잼버리 K팝 콘서트 안전 대책 및 진행 상황 브리핑’을 통해 “잔디 때문에 축구 팬이 우려한다”며 “손상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대 설치 같은 부분에서 유의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실장은 “그럼에도 잔디 훼손의 우려가 있기에 신속한 복원을 위해 예산을 확보했다”며 “축구 경기에 지장이 없도록 최대한 복원 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논란의 잼버리 폐영

- 잼버리 푸세식 화장실 ‘뜨악’…“감옥인 줄” - 잼버리 부지 공사 2년전 끝났지만…김웅 “전북도 늦장 행정처리” - 파행으로 끝난 행안위 잼버리 공방…여야, 이상민·김관영 책임론 공방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