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김성근 SK 감독이 다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KIA와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패하며 고배를 마신 뒤 1년만에 다시 그토록 갈망하던 목표 한가지를 다시 이뤄냈다.
4년새 무려 3번의 우승. '강팀은 만들어도 우승은 못하는 감독'이란 꼬리표는 그에겐 불필요한 수식이 되어 버렸다.
스스로의 가슴 속에서 '만족'을 지워낸 결과다. 김 감독은 눈 앞의 작은 성과에 안주하지 않는다. 단순히 이기는 것이 아니라 보다 완전하게 이기기 위해 자신을 향한 채찍을 멈추지 않는다.
그의 정신은 SK 선수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이제 팀을 맡은 지 4년째. 김 감독은 SK 선수들을 그의 야구를 가장 잘 이해하는 선수들로 만들어냈다.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마음을 가르친 덕이다.
여기서 다시 한번 김성근 감독의 일기장을 들춰보려 한다. 지난 2007년 한국시리즈 6차전서 두산을 꺾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뒤 쓴 일기다.
2007년 우승은 그에게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이미 '야신'이라는 별명을 얻을만큼 큰 성과를 거둔 감독이었지만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 한계는 2002년 LG 이후 오래도록 그가 다시 유니폼을 입지 못한 이유가 됐다.
그토록 갈망하던 우승을 차지한 날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그날도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의 진심이 담긴 그날의 일기는 왜 김성근이 야신으로 불릴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두산 6차 문학 18시
두산 100 000 001 2
SK 003 000 02X 5
채병룡(5.2이닝) 조웅천(1이닝) 가득염(0.2이닝) 정대현(1.2이닝)
우승. 드디어 했구만. ‘꿈을 현실로’라는 슬로건을 달성할 수 있어 다행이다. 그러나 실감이 전혀 없다.
운동장에서 헹가레를 받을때 잠바를 입은 채였다. 홈경긴데 어웨이 유니폼(김 감독은 3차전 승리 이후 징크스 때문에 쭉 빨간색 원정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임했다)을 입고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 뭐 이겼으니 됐다.
유일하게 내가 모자랐던 우승이라는 훈장을 코치,선수,구단,팬의 힘으로, 덕분에 쟁취할 수 있었다. 눈물이 나올지 알았는데 예상 외로 흥분,감격이 없었다.
시즌 1위로 왔기 때문에 질 수 없었던 시리즈였다. 끝나고 보니 ‘아, 다행이구나’하는 안도감이 온다.
인터뷰에서 가족 얘기 했을 때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많이 참았다. 진짜로 식구들이 여기까지 많이 뒷바라지 해줬다.
최 오나(최태원 회장)까지 오셔서 같이 기뻐해주셨다. 헹가레도 받고 비루가케(우승 후 서로에게 맥주를 뿌리는 행사)에도 오셨다. 의미 있는 일이다.
참 1년 (다들)수고했다.
2년만에 다시 도쿄돔에 설 수 있게 됐다. 주니치인지 니혼햄인지??
우승이라고 하는 것은 끝이 아니다. 이제 또 시작이구나. 승부의 세계란건 참 비정하구나. 시간도 여유도 안 주는구나. 나한테….
지난 겨울 선수들에게 미팅 때 했던 말, “승리는 끝이 아니다. 가는 도중일 뿐이다”가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지난 2007년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네이버에 연재한 '김성근 장인 리더십'중 발췌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