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보다 값진 무승부' 맨유, 자신감이라는 선물 받았다

이석무 기자I 2014.04.02 15:41:0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비수 네마냐 비디치(왼쪽 두번째)가 바이에른 뮌헨과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뒤 동료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올시즌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이하 맨유). 하지만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선 신기하게도 잘 버텨내고 있다. 행운이 따른다고 해도 믿어질 정도다.

맨유는 2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트래포드에서 열린 2013~201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디펜딩챔피언 바이에른 뮌헨(독일)과 1-1로 비겼다.

홈 경기에서 승리가 아닌 무승부는 만족스런 결과라 할 수 없다. 하지만 맨유의 경우는 다르다. 맨유는 은퇴를 선언한 알렉스 퍼거슨 감독 대신 올시즌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심각한 부진의 덫에 걸렸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팀이 1년 만에 7위로 추락했다.

이날 경기 전망도 우울했다. 상대는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바이에른 뮌헨. 이미 올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역대 최소 경기 우승을 확정지었다. 현재 유럽 전체 클럽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맨유는 주포 로빈 판 페르시와 좌우 측면수비수 파트리스 에브라, 하파엘이 부상으로 나오지 못했다. 거의 모든 이들이 맨유의 열세를 점쳤다. 맨유가 안방에서 충격적 대패를 당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맨유는 만만치 않았다. 경기를 일방적으로 이끈 쪽은 예상대로 뮌헨이었다. 하지만 맨유는 바짝 웅크리며 수비를 두텁게 하면서 역습 전술로 맞받아쳤다. 뮌헨의 파상공세도 맨유의 탄탄한 수비벽을 뚫지 못했다.

오히려 선제골은 맨유가 터뜨렸다. 후반 13분 코너킥 기회에서 중앙 수비수 네마냐 비디치가 헤딩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9분 뒤 뮌헨의 미드필더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에게 동점골을 내줘 1-1 무승부로 경기가 끝났지만 맨유로선 승리한 것이나 다름없는 결과였다.

맨유가 2차전에서 희망을 가져볼 수 있는 이유는 더 있다. 뮌헨의 주전 선수 가운데 슈바인슈타이거와 미드필더 겸 수비수 하비 마르티네스가 각각 퇴장과 경고 누적으로 2차전에 나올 수 없게 된 것. 기술이 좋은 미드필더 티아구 알칸타라도 현재 부상 중이다. 뮌헨이 자랑하는 강철 중원에 공백이 불가피하다. 맨유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분명히 생겼다.

물론 확실히 불리한 쪽은 원정경기를 떠나는 맨유다. 1차전 역시 생각보다 맨유가 잘했다는 것이지 경기를 주도하고 압도한 쪽은 뮌헨이었다. 하지만 맨유로선 승리만큼 값진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 큰 소득이다. 예전같으면 어울리지 않을 법한 ‘약체’라는 수식어가 맨유의 정신력을 깨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홈팬들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모예스 감독도 모처럼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모예스 감독은 “오늘 좋은 경기를 펼친 선수들이 대견스럽다. 4강 진출을 향한 자신감을 얻게 됐다”며 “맨유는 챔피언스리그에서 엄청난 역사를 가진 팀이다. 선수들의 투지만으로도 우리는 환상적인 구단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맨유와 뮌헨의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은 한국시간으로 4월 10일 오전 3시45분 독일 뮌헨 알리안츠아레나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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