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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샌프란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6피안타 2실점을 허용한 뒤 5-2로 앞선 7회말 대타 알렉스 버두고와 교체됐다.
다저스는 7회말 1점을 추가한 뒤 샌프란시스코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6-5로 승리했다. 류현진은 지난달 29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시즌 개막전에 이어 2연승을 달성했다. 류현진이 개막 후 2경기 연속해서 승리를 챙긴 건, 메이저리그 입성 후 처음이다. 시즌 개막 후 2번의 선발에서 13이닝을 던진 것도 최초다.
이날 류현진은 7이닝 동안 87개의 공만 던지는 효율적인 피칭을 뽐냈다. 완벽에 가까웠던 5회까지는 투구수가 48개에 불과했다. 삼진은 5개를 잡았고 사사구는 1개도 내주지 않았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1.50에서 2.08로 약간 올랐다.
류현진의 시즌 2연승이 더욱 값진 이유는 2경기 모두 특급 에이스를 무너뜨렸다는 점 때문이다. 류현진은 애리조나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상대 에이스 잭 그레인키와 맞대결을 펼쳐 6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그레인키는 지난해 투수 최고 연봉(3400만 달러)을 기록했다. 캔자스시티 로열스 시절이던 2009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받았다. 그런 그레인키를 상대로 류현진은 완벽한 호투를 펼쳐 승리를 따냈다.
이 날도 마찬가지였다. 류현진은 샌프란시스코 좌완 에이스인 매디슨 범가너와 맞대결을 펼쳐 승리투수가 됐다. 범가너는 2009년 데뷔 후 메이저리그 통산 110승을 거둔 특급 좌완투수다. 샌프란시스코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3차례(2012·2014·2016시즌)나 이끈 주인공이자 2014년 내셔널리그 MVP 수상자다. 최근 2년간은 부상 등으로 주춤했지만 2011년부터 2016년까지 6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거뒀다.
하지만 안정감 넘치는 투구를 펼친 류현진과 달리 범가너는 와르르 무너졌다. 3회말 다저스 코디 벨린저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하는 등 6이닝 동안 5피안타 5실점(비자책)해 패전투수가 됐다.
류현진이 클레이튼 커쇼 대신 개막전 선발로 나선다고 발표됐을때 많은 이들은 기대와 더불어 우려를 나타냈다. 1선발로 나서게 되면 투수 로테이션상 상대 1선발과 계속 맞물려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승수 쌓기가 그만큼 더 어려워진다.
하지만 류현진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에이스와의 맞대결이 그의 승부욕에 불을 질렀다. 류현진은 올시즌 두 차례 선발 등판에서 커쇼를 뛰어넘는 완벽투로 1선발의 위엄을 확실히 보여줬다. 왜 다저스가 지난 몇 년간 부상에 허덕였던 류현진에게 1790만 달러라는 거액 연봉을 안겼는지 이유가 잘 나타난다.
류현진이 에이스 대결에서 밀리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는 완벽한 제구력 덕분이다. 류현진은 올시즌 두 차례 등판에서 13이닝을 던지면서 단 1개의 볼넷도 허용하지 않았다. 스프링캠프 경기까지 포함하면 28이닝 동안 볼넷이 없다. 볼넷으로 출루를 헌납하지 않으니 실점 위기가 적고 편안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
볼넷을 주지 않겠다고 해서 무조건 한가운데로만 던질 수는 없다. 공이 몰리면 힘있는 빅리그 타자들은 어김없이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겨버린다. 지난 두 차례 등판에서 완벽한 코너워크를 자랑한 류현진도 힘이 약간 떨어진 뒤에는 홈런을 허용했다. 지난 애리조나전에선 오른손 강타자 애덤 존스에게, 이날 샌프란시스코전에선 투수 범가너에게 각각 6회에 홈런을 허용했다. 올시즌 류현진의 유일한 ‘옥에 티’인 셈이다.
류현진의 다음 등판은 오는 9일 오전 8시 45분에 열리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원정경기가 될 전망이다. 이 경기의 상대 선발투수도 통산 148승을 자랑하는 우완 에이스 애덤 웨인라이트가 유력하다. 류현진의 ‘에이스 사냥’은 앞으로도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