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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는 조국에게 버림받고 가족까지 잃은 채 남한으로 망명한 최정예 특수요원 지동철(공유 분)의 고군분투를 보여준 작품이다. 그의 라이벌이자 동지인 민세훈 대령 역으로 박희순이, 그의 오른팔로 조재윤이 얼굴을 비춘다. 김성균은 지동철의 동료이지만 적으로 돌아서게 된 리조광 역을 맡았다.
공유와 박희순, 두 사람의 존재감은 주연 타이틀로 이름을 올린 그 자체로 설명이 된다. 조성하도 유다인도 마찬가지. 김성균과 조재윤은 포스터나 홍보물에 이름이 올라와있지 않은 터라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두 사람의 존재감이 더욱 빛이 난다.
김성균은 ‘응답하라 1994’에서 사투리 연기를 일품으로 보여주는데 이어 ‘용의자’에서도 북한 사람에 빙의된 듯한 연기를 선보인다. 공유와 맞서 날렵하게 몸을 놀리는 모습에선 ‘응답하라 1994’ 속 윤진(도희 분)에게 목덜미를 잡히는 삼천포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속 ‘웃으며 총쏘는’ 캐릭터도 없다. 웃는 일은 거의 없지만 결국엔 깊은 정을 들켜버리는 인물이다. 9일 열린 언론배급 시사회에서는 김성균의 첫 등장에 반가운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이번 캐릭터를 오디션으로 따냈다는 조재윤은 지난해 SBS 드라마 ‘추적자’ 속 정 많은 건달 역으로 인지도를 높인 배우다. “조형사님~”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었을 만큼 임팩트 강한 캐릭터로 열연했다. 이번 작품에서도 조재윤은 액션 영화에서 늘 존재하는 극적인 순간과 반전의 묘미를 극대화 시키는 키플레이어 역할을 소화했다. ‘용의자’를 보며 웃음이 터진다면 그건 조재윤이 얼굴을 비쳤을 때가 90% 이상일 터. 때론 진지하면서 때론 우스꽝스러운 스펙트럼 넓은 연기를 펼쳤다. ‘용의자’는 ‘추적자’에 이어 ‘기황후’까지 안방극장 흥행 성공 카드로 행보를 넓히고 있는 조재윤이 스크린에서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할 기회를 준 작품이 될 듯하다.
‘용의자’는 ‘리얼 초스피드 액션’이라는 장르를 표방한 만큼 관객에게 실질적인 긴장감을 주자는 취지로 촬영됐다. 실제로 쫓기고 있는 듯한 느낌을 관객들이 받을 수 있도록 카메라 앵글 등 세세한 부분에 신경을 썼다는 게 감독의 설명이다. 화려한 액션 속에 섬세함까지 더한 연출이 돋보이며 “이야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는 감독의 의지처럼 마지막 장면에선 눈물샘을 자극하게 만드는 내실 또한 챙겼다. 137분의 러닝타임이 길지 않게 느껴진다. 2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