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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KLPGA 루키 김유리..부모님은 나의 `골프 스승`

윤석민 기자I 2011.04.13 19:39:15
▲ 김유리(19, 토마토저축은행)

[이데일리 윤석민 기자] 김유리(19, 토마토저축은행)는 지난해 KLPGA의 2부 투어인 드림투어에서 상금랭킹 2위(2775만원)에 올라 올해 KLPGA투어에 정식으로 얼굴을 내미는 신인이다.
 
골프를 직업으로 할 만큼 가정 형편이 넉넉치 않았던 김유리는 지금껏 두각을 나타내면서도 골프 선수가 되기까지 일반 선수들과는 좀 색다른 길을 걸어왔다.
 
김유리는 지난해 드림투어 15개 대회에서 우승을 포함해 톱10 진입만 열차례나 했을 정도로 좋은 기량을 갖췄다. 그의 공식기록은 톱10 피니시율 1위(66.7%), 총 버디 수 1위(99개), 평균 타수 2위(70.93타), 그린 적중률 4위(79.1%), 상금랭킹 2위(2775만원) 등으로 전 부문에 걸쳐 고른 성적을 보였다.
 
김유리가 제대로 골프를 시작한 건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간 골프 연습장에서 처음 골프채를 잡아보고 5~6학년 때까지 학업을 병행하며 연습장 프로에게 스윙 지도를 받은 것 외에는 지금껏 어떤 코치 선생님에게도 배워 본 적이 없다. 다른 아이들처럼 비싼 돈을 지불하고 유명 코치를 붙일 수 없었던 것. 오로지 김유리가 의지했던 스승은 바로 그의 아버지였다. 유리 공예가인 그의 아버지는 골프를 잘 치는 사람도 아니고 골프 선수 출신은 더더욱 아니다.
 
◇ `지성이면 감천`..자식을 향한 부모님의 `올인`
 
김포에서 살았던 김유리 부모님은 골프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자식을 위해서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제주도까지 전국에 걸쳐 답사를 다니다 전북 익산에 터를 잡았다. 익산에 다닐 학교에 골프부가 있기도 했지만 겨울에는 춥지 않고 연습장, 퍼블릭, 파3골프장, 천연 잔디로 된 퍼팅 연습장 등을 지척에서 싼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등 연습할 환경이 이만한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스윙 코치 없이 아버지가 딸의 스윙을 직접 지도했다. 딸도 공부를 하고 아버지도 공부했다. 무슨 일에 빠지면 끝장을 볼 때까지 매달리는 성격의 아버지는 유명 레슨 프로들의 동영상 교재와 책을 두루 섭렵하고 딸의 스윙 기본기 다지기에 매달렸다.
 
스윙을 분석하기 위해서 스윙 분석 프로그램을 직접 구입하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였고 노트북과 캠을 연결하고 스윙 분석 프로그램을 이용해 자신의 유리 공예 공장 한켠에 스윙분석실까지 만들며 딸을 지도했다. 결국 아버지는 딸의 골프 지도를 위해서 자신이 직접 티칭 프로까지 땄다.

과학적인 근거와 이론을 바탕으로 쉽게 받아들이도록 설명하고 연습하고 샷의 문제점들을 수정해 나가기를 무한 반복하면서 김유리의 기량은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또 딸의 정신교육을 위해서 저녁에는 집에 빔 프로젝트를 설치하고 시청각 교육을 실시했다. 뛰어난 운동선수나 유명인들의 성공스토리, 교육방송 등에서 하는 시사 교양 프로그램 등을 보여주며 동기를 부여했다.  

이런 노력들은 서서히 결실을 맺어갔다. 경희대 총장배, 정암배 중고 골프대회 등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전국 시도 학생대회, 일송배 한국 주니어 대회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국제 주니어오렌지볼 골프대회에 출전해서는 3위까지 오르는 등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2008년에는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발탁됐다.
 
◇ 김유리의 상상초월 연습 방법
 
"중학교 때는 연습할데가 없어서 잔디가 있는 산에 올라가서 망 펴놓고 연습하고 남들 안치는 비올때 파3나 퍼블릭가서 연습하고.. 고생 많이 했어요." 김유리 프로 어머니의 말이다.
 
김유리 가족은 실제 필드를 나가는 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골프 연습을 하기 위해서 천연 잔디가 있는 산을 매일 올라갔다. 온 가족은 피크닉을 가듯 도시락 등을 싸들고 등산로 안쪽 인적 드문 공터로 갔고 김유리 선수는 휴대용 망을 펴 놓고 그 옆에서 망을 향해 샷을 날렸다.
 
비가 쏟아지고 날이 궂어 손님들이 모두 골프장에서 철수하면 김유리는 아버지와 함께 당장 파3연습장이나 퍼블릭 골프장으로 뛰어 나갔다. 이때 항상 챙기는 필수 준비물은 무전기와 후레쉬. 김유리는 롱아이언부터 웨지까지 거리가 얼마나 나고 런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아버지와 함께 무전기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거리감을 익혔고 아버지는 딸의 샷을 메뉴얼 화 하기 위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모든걸 수치화했다. 백스윙 크기에 따라서 얼만큼의 거리가 났는지 클럽별, 백스윙 크기별로 통계를 다 냈을 정도다.
 
대회가 열릴 때면 항상 사전에 대회장 연습 그린에서 아버지가 손수 만든 수평계와 스팀프미터(Stimpmeter: 그린 빠르기를 측정하는 기기)로 그린 스피드를 산출하고 그 빠르기에 맞게끔 백스윙을 조절해 거리감을 익히는 연습을 반복했다. 같이 연습하는 주변 선수들에게는 괘난 눈치가 보일까봐 선수들이 모두 빠져 나가면 그제서야 이같은 일을 할 수 있었다.
 
시합이 열리는 골프장의 야디지 북은 아버지가 직접 제작했다. 불필요한 숲과 나무 등은 모두 지워버리고 정작 꼭 필요한 코스의 모든 것들을 꼼꼼히 기입했다. 비에 젖지 않게 코팅까지 한 김유리 만의 야디지 북은 코스 공략에 관한 모든 정보가 들어있었다. 시합 출전은 이렇게 완벽히 준비된 대회에만 출전했다.
 
◇ 비시즌기 훈련은 한국에서
 
추운 동계기간이 되면 대부분의 선수들은 관행처럼 따뜻한 해외로 나간다. 미국 PGA 무대로 진출하려는 계획을 세운 선수들은 미국으로, 그렇지 않으면 동남아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유리는 동계훈련을 반드시 한국에서 한다. 전에는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해외에 나간 적도 있었으나 오히려 연습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이뤄지지 않아서 한국에서만 하기로 했다.
 
장점은 여러가지다. 더운 해외에서 훈련을 하고 온 선수들은 당장 2~3월에 한국의 기온과 얼어 있는 코스 등 대회에 적응하지 못한다. 또 1년 중에 지친 체력을 회복하고 시즌을 준비하기 위한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현지 음식을 먹는 것 보다 한국에서 신토불이 보양식을 먹고 체력 훈련을 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김유리는 보고 있다.
 
정작 비시즌기 동안에는 틀어진 스윙을 집중적으로 교정해야 한다. 시즌기에 스윙을 교정하면 역효과가 날 확률이 높기 때문. 김유리는 이 같은 스윙교정은 굳이 해외에 나가서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김유리가 훈련하는 익산은 겨울에 다른 지역보다 2~4도 가량 기온이 높기 때문에 실내에서 또는 야외 레인지에서 틀어진 스윙을 바로 잡고 샷을 연습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필드 감각을 익히기 위해서 파3나 퍼블릭 등을 이용하는 것도 무리가 없다.
 
다음은 김유리와의 일문일답.

- 올시즌 목표는
▲ 일생에 한번 뿐인 신인왕을 해보고 싶다.
 
- 전문가가 아닌 아버지가 본인의 지도를 하면서 부족하다거나 헷갈린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나
▲ 무조건 이렇게 해야 된다가 아니라 원인과 결과를 알기 쉽게 설명해줬고 이해가 가도록 설명을 잘 해주셨다. 근거를 들어 설명해 줬기 때문에 이해가 안가거나 부족하다고 느낀 점은 없었다.
 
- 국내에서의 동계훈련 일과는
▲ 오전에는 실내나 레인지 등에서 스윙을 가다듬고 이후 파3 연습장엘 가서 연습하고 싶은 한·두개 클럽을 집중 연습한다. 점심 식사 후에는 파3 연습장에서 연습을 더 하든지 퍼블릭 골프장을 간다. 저녁 후에는 헬스를 하고 시청각 교육을 하기도 한다. 읽고 싶은 책도 읽는다.
 
- 올시즌 KLPGA 1부 투어로 올라 왔는데 자신이 가장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가
▲ 가장 부족한 부분은 퍼팅이다. 아마추어 때 퍼팅 입스(yips: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몹시 불안해 하는 증세)가 왔었다. 자신있게 시계추처럼 어깨로만 치면 되는데 강박관념 때문에 손을 쓰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손을 썼다.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프로 오기 전에 그립을 왼손잡이 그립처럼 역그립으로 바꾸면서 손목쓰는 것을 방지하고 입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렇게 바꾸길 잘 한 것 같다.
 
- 가장 자신있는 샷은
▲ 아이언 샷이 자신있다. 롱·미들아이언 다 자신있고 100야드 안 쪽의 어프로치 샷도 괜찮다. 항상 하던 거다.
 
- 드라이브 비거리는 얼마나 나나
▲ 남자 스윙처럼 치기 때문에 230미터 정도는 나간다. 시합하는데 불편함은 없다.
 
- 멘탈은 강하다고 생각하나
▲ 강하다고 생각한다. 잘한 것도 못한 것도 마음에 담아두는 성격이 아니다. 실수했으면 연습이 부족했구나라고 생각하고 자책하기 보단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주변에 잘 휩쓸리지 않는다.
 
-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
▲ 오랫동안 골프를 하고 싶고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최종적으로는 LPGA에 나가고 싶다.
 
다음은 김유리 어머니와의 일문일답.
 
- 다른 선수들과 유리가 걸어온 길이 다르다고 느끼나
▲ 다르다. 여유가 없어서 필드에서 라운드를 많이 못한 대신에 실내에서 스윙 연습을 통해서 기본기를 충실히 다진 것이 가장 다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다른 선수들은 부모가 금전적인 지원을 통해 모든 걸 코치에게 맡겼지만 우린 언제나 옆에 붙어 있었다. 함께 연습하고 항상 지켜봤다. 부모가 매니저이자 코치였다. 때로는 친구가 됐고 유리에게 모든 것을 올인했다.
 
- 김유리 선수가 이제 KLPGA 정규 투어에 올라왔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 그동안 산에서 연습하고 비오는 날 연습하고 고생 많이 했다. 이제는 유리가 프로인 만큼 모든 걸 혼자 할 수 있도록 독립심을 키워 주고 있다. 레슨도 안해 줄거다. 스윙 분석도 자기가 찍고 혼자 분석하고 교정하고 있다. 이제는 밥만 챙겨준다.
 
- 전문 코치가 없이 이렇게 유리처럼 키우는 게 가능하다고 보나
▲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고자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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