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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이대형과 팀 배팅,그리고 승률 63%

정철우 기자I 2014.06.17 22:36:25
이대형.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17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넥센의 경기. 숫자적인 승부처는 5회초 터진 강정호의 만루 홈런이었다. 4-2로 앞서던 넥센의 어깨를 가볍게 해 준 한방이었기 때문이다.

불펜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는 넥센인 만큼 만루포로 점수를 크게 벌려 놓은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KIA도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것도 경기가 시작되자 마자 찾아 온 찬스였다. 하지만 KIA는 점수를 내지 못했고, 결국 경기 내내 끌려다닐 수 밖에 없었다.

1회초 수비를 간단하게 마친 KIA는 1회말, 톱 타자 김주찬이 좌전 안타로 출루하며 기회를 만들었다. 김주찬은 다음 타자 이대형 타석, 볼 카운트 2-2에서 도루까지 성공 시키며 넥센 배터리를 압박했다. 이 공은 볼이 되며 이대형의 볼 카운트는 3-2로 유리해졌다. KIA가 선취점을 뽑을 확률이 한층 높아진 순간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못했다. 이대형은 투수 땅볼로 물러났다. 2루 주자 김주찬도 움직이지 못했다. 팀 배팅까지 되지 않으며 아웃 카운트만 늘어났다. KIA는 다음 타자 신종길이 볼넷으로 출루하며 기회를 이어갔지만 나지완의 타구가 유격수 정면 타구가 되며 더블 아웃, 결국 점수를 내지 못했다.

이대형의 타석이 두고 두고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크게 봤을 때 두 가지 측면으로 해석이 가능한 장면이었다.

우선 아웃이 되더라도 주자를 3루까지 보내줬다면 보다 점수를 낼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 이대형이 같은 땅볼이었더라도 1,2루간으로만 굴려 줬다면 김주찬은 여유 있게 3루로 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대형이 팀을 생각하지 않은 배팅을 했다고 지적하기는 어렵다. 그는 특유의 엉덩이가 빠지는 타격을 하면서도 끝까지 공을 잡아당겨 보려 노력했다. 공을 잡아당겨 1,2루간으로 보내기엔 힘이 부족했을 뿐이다.

여기서 또 한가지 포인트가 있다. 팀을 위해 희생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좋지만 보다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점이다.

가장 좋은 팀 배팅은 안타다. 이대형이 볼 카운트 3-2에서 친 공은 바깥쪽 체인지업(135km)였다. 이대형은 직구를 생각하고 스윙을 나오다 타이밍을 제대로 맞히지 못했다. 당기겠다는 의지가 엿보이긴 했지만 안타를 목표로 했다면 화구에 대한 대응도 염두에 놓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도 있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이처럼 1회 상황을 아쉬워 하는 건 KIA의 승률과 큰 영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KIA는 16일까지 27승34패로 승.패차 -7을 기록중이었다. 그러나 선취점을 낸 KIA는 전혀 달라진다. 선취점 경기서는 15승9패라는 준수한 승률을 냈다. 승률이 63%나 된다. 불펜이 약한 팀이기는 하지만 이기는 흐름을 먼저 잡으면 전체적으로 팀이 강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수치다.

경기를 지켜 본 모 방송 해설위원은 “선취점을 꼭 1점만으로 보면 안된다. 승리 보다 많은 패배로 심리적으로 쫓기고 있는 KIA 선수들에겐 더 그렇다. 이대형의 투수 땅볼도 주자를 너무 보내줘야 한다는 의식이 강했던 것이 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차라리 무사 1루서 번트 작전을 써 주면서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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