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리그 아마팀이었던 루턴타운, EPL 승격 동화 주인공 되다

이석무 기자I 2023.05.28 14:01:19
감격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이룬 루턴 타운 선수들이 시상식에서 샴페인을 터뜨리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진=AP PHOTO
루턴 타운의 롭 에드워드 감독이 챔피언십 플레이오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AP PHOTO
다음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가 열리게 될 루턴타운의 홈구장 케닐워스 로드.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때 아마추어 리그까지 떨어졌던 잉글랜드 프로축구 루턴 타운이 그토록 바랐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승격의 꿈을 이뤘다.

루턴은 2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코번트리 시티와 2022~23 챔피언십(2부리그) 플레이오프(PO) 파이널에서 연장전까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지만 승부차기에서 6-5로 이겼다.

이번 시즌 챔피언십에서 3위를 차지한 루턴은 넷플릭스 시리즈 ‘죽어도 선덜랜드’로 유명한 선덜랜드와 PO에서 1, 2차전 합계 3-2로 이기고 파이널에 올랐다. 이어 이날 경기에서 코번트리까지 꺾고 마지막 EPL 승격 티켓을 거머쥐었다.

루턴은 인구 23만명의 작은 도시 베드포드셔 루턴을 연고지로 하는 프로축구클럽이다. 1885년에 루턴 원더러스 FC 와 엑셀시어 FC가 합병해 창단했다. 원래 이 팀은 1992~93시즌 출범한 EPL의 오리지널 멤버다. EPL 창설을 위한 투표에 참가했다.

하지만 정작 EPL에 몸담은 적이 없었다. 바로 EPL 출범 직전에 2부리그로 강등됐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1부리그를 경험한 것은 풋볼리그 퍼스트 디비전 시절이었던 1991~92시즌이었다.

루턴은 2000년대 들어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렸다. 5부리그까지 추락하는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잉글랜드 축구는 EPL(1부리그)부터 리그 투(4부리그)까지 프로로 인정한다. 5부리그 이하는 세미프로 또는 아마추어로 분류한다. 이 단계부터는 선수들도 대부분 생계를 위해 직장을 다니면서 축구를 병행한다.

루턴의 기적은 2013~14시즌부터 시작된다. 루턴은 그해 5부리그에서 우승해 2014~15시즌 리그 투로 승격했다. 이어 2017~18시즌 리그 투에서 2위를 차지, 리그 원(3부리그)로 올라갔다.

돌풍은 멈출줄 몰랐다. 2018~19시즌에는 리그 원에서 우승해 2019~20시즌 챔피언십에 합류했고 이번에 마침내 EPL 승격까지 이뤘다. 프로도 아니었던 5부리그 팀이 불과 9년 만에 ‘초고속 승격’의 새 역사를 썼다. 통계 전문 업체 옵타에 따르면 5부리그에서 1부리그까지 9년 만에 도달한 것은 윔블던 FC(1977~86년) 이후 처음이다.

루턴은 이번 승격으로 그전에는 상상도 못할 돈방석에 앉게 됐다. 영국 일간지 ‘미러’ 등은 “루턴이 이번 승격을 통해 중계권료 등 각종 수입으로만 최소 1억7000만파운드(약 2778억원)를 벌어들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루턴의 홈구장인 케닐워스 로드는 1905년에 개장한 오래된 구장이다. 바로 주택가에 붙어있고 관중석 규모가 1만석에 불과하다. 워낙 시설이 낡아 당장 1000만 파운드(약 163억원) 정도의 시설 개보수 비용이 필요했는데 이번 승격으로 문제를 단숨에 해결했다.

2008년 위기의 구단을 인수한 뒤 EPL 팀으로 바꿔놓은 개리 스위트 CEO는 “사람들은 ‘루턴 동화의 끝’이라고 말한다”며 “우리가 쓴 동화는 아직 마지막 장이 아니라 계속 진행 중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음 시즌 케닐워스 로드는 ‘언빌리버블한 장소’가 될 것이다”며 “벌써부터 우리 젊은 선수들과 다음 시즌에 이곳에서 뛸 생각을 하니 흥분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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