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KLPGA 투어는 33개 대회, 총상금 218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다. 1998년 박세리(36·KDB금융그룹)의 US여자오픈 우승 당시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당시 KLPGA 투어는 7개 대회에 총상금 7억8000만원에 불과했다. 18년이 지난 현재 28배나 성장했다.
KLPGA 투어의 비즈니스 효과는 ‘경기 침체기’에 더 빛을 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와 수출의 부진이 예상보다 커 올해 정부가 목표로 내세운 3%대 성장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9일 한국은행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8%로 0.2% 포인트 낮췄다. 그럼에도 KLPGA 투어는 ‘나홀로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대회 개최를 준비하는 기업이 넘쳐나지만 일정을 잡지 못해 포기하는 경우가 많을 정도다.
선수 저변 확대도 KLPGA 투어만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KLPGA 투어 출전 선수는 추천 선수를 포함해 최대 144명이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격언처럼 상금이 많다 보니 프로골퍼가 고소득을 보장받는 직업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지난해 상금랭킹 14위까지 3억원 수입을 넘겼고, 60위도 8000만원 가까이 벌어 대기업 간부의 임금 수준에 육박했을 정도다.
매년 우수한 선수가 탄생하면서 KLPGA 투어 출신이 LPGA 투어에 진출, 가장 많은 승수를 쌓는 국가가 됐다. 1월에 개막해 4개월이 지난 현재 벌써 4승을 쓸어담았다. LPGA 투어 2년차를 보내고 있는 김효주, 장하나(2승), 김세영이 주인공이다. 이들 모두 KLPGA 투어를 주름잡던 선수들이다. ‘한국에서 성공하면 세계에서 통한다’는 새로운 공식을 만든 셈이다.
KLPGA 투어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투어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됐다. 올해 시드 배정자 대부분이 든든한 기업의 후원을 받고 있다. ‘빅3’로 평가받는 박성현, 이정민, 고진영 등은 인기연예인 모델료에 버금가는 계약금으로 스폰서십을 체결했다. 지난해 상금왕 전인지는 9억1376만원의 상금 수입을 올렸다. 메인스폰서 등 각종 계약금을 포함하면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이나 마찬가지다.
여자투어의 인기 비결은 도대체 무엇일까. 가장 먼저 프로암 대회의 인기를 꼽을 수 있다. 기업체의 한 고위 관계자는 “불경기로 들어가면서 VVIP마케팅의 중요성이 커졌는데 마땅한 서비스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VVIP를 대상으로 하는 모든 기업이 여자프로골프 대회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마케팅 효과는 이미 검증이 됐다는 얘기다.
29일 개막한 제6회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 프로암 대회 진행을 맡았던 관계자는 ‘인기 여자골퍼 조에 배정해달라’는 초청자들의 민원(?)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에 주최 측은 즉석에서 현장추첨으로 프로 선수를 정하는 공정한 방식을 선택했다. 금융사의 고위 관계자는 “남자프로와의 프로암대회에 나서면 티 박스가 달라 사실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면서 “여자프로와의 프로암대회는 분위기도 화기애애할 뿐 아니라 거리가 비슷해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레슨을 받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방송 환경도 여자골프 인기에 큰 보탬을 주고 있다.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매주 생방송으로 중계하면서 골프팬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대회를 주최하는 스폰서도 비용대비 높은 홍보효과로 만족도가 높다.
KLPGA가 기업식 마케팅 기업을 도입하면서 대회가 풍성해진 점도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다. 조직 자체를 철저하게 마케팅 조직으로 개편했고 투어에 대한 홍보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도 적극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