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미국 플로리다주 보카 레이튼의 리조트 클럽에서 막을 올린 메이저리그 단장회의에 참석한 테리 라이언(62·미네소타 트윈스)은 “우리 평가자들은 박병호(29·넥센 히어로즈)의 실력이 메이저리그로 옮겨올 수 있을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1285만달러(약 149억원)로 박병호 포스팅(비공개입찰제)에 깜짝 성공해 이날 단장회의 내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라이언 단장은 “우리는 그가 뛰는 경기를 많이 봐왔고 주전으로 타선의 깊이를 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믿는다”며 이 같이 밝혔다.
◇ ‘명단장’ 라이언이 말하는 박병호 영입의 본질
라이언은 박병호 영입추진이 전력강화의 의미일 뿐 그로 말미암아 포지션 경쟁에서 밀린 누군가가 나가는 일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우리는 더하고 있지 빼고 있는 건 아니다”며 일각에서 제기된 3루수 트레버 플러프(29·트윈스)의 트레이드설을 일축했다.
박병호의 포지션은 지명타자(DH)가 유력하다는 뜻도 피력했다. 라이언 단장은 “우리 팀에는 박병호가 지명타자에 보다 잘 어울린다”며 “1루수로 뛸 수 있고 때에 따라 3루수도 가능하겠으나 1루에는 조 마우어(32·트윈스)를 쓰고 3루는 플러프를 기용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관심을 모으는 수퍼루키 미겔 사노(22·트윈스)는 외야수 전향이 거의 확실해진다. 라이언은 “박병호가 가세하면 사노는 내년 좌익수든 우익수든 외야로 나갈 것”이라고 알렸다.
포지션 정리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낸 가운데 추후 관건은 연봉협상에 쏠리게 됐다.
포스팅 금액이 시사하는 기대치에서 보듯 헐값 계약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날 미네소타주 유력신문 ‘세인트폴 파이어니어 프레스’의 존 쉬플리는 “박병호는 결코 싸지 않을 것”이라며 “앞서 팀 동료였던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포스팅 금액 500만달러(약 58억원)에 4년 1100만달러(약 128억원)를 보장받았는데 2년 연속 50홈런 시즌에다 리그 최우수선수(MVP)가 유력한 박병호는 분명히 더 많이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니시오카 실패’를 떠올리는 미네소타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과거 처참한 실패로 끝났던 일본인 내야수 니시오카 츠요시(31·한신 타이거스)와의 비교다.
구단은 박병호가 니시오카의 전철을 밟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는 분위기다. 미네소타는 일본 최고 내야수로 우뚝 섰던 시점의 니시오카를 포스팅 금액 500만달러로 덥석 물었고 뒤이어 3년 925만달러(약 107억원)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니시오카는 공수에서 모두 문제점을 드러내며 ‘71경기 타율 0.215 20타점 2루타 5개’ 등의 볼품없는 성적만 남긴 채 2년 만에 야심한 도전을 접어야 했다.
쉬플리는 니시오카를 떠올리며 “트윈스는 넥센에서 풀타임 4년간 평균 132경기 43홈런 123타점 등을 거둬들인 박병호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라이언 단장은 “박병호는 전성기의 정점에 들어서 있다”며 “일본리그와 비슷한 한국리그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한국에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제법 성공한 꽤 괜찮은 선수들이 몇몇 있다”고 나름의 근거를 제시했다.
박병호를 오랫동안 지켜본 구단 스카우트들과 수뇌진의 판단이 틀리지 않는다면 적어도 박병호는 니시오카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공통된 의견이 모아졌다는 뜻이다.
플레이 스타일도 다른 것이 박병호는 강력한 힘을 기반으로 한 거포형의 파워히터고 니시오카는 단타형의 똑딱이 타자여서 사실상 직접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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