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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난 김한별...'언더독 기적' 이끈 베테랑의 투지

이석무 기자I 2021.03.15 21:49:20
15일 용인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KB스타즈에 승리하며 3승 2패로 챔피언 자리에 오른 삼성생명 김한별이 최우수 선수에 선정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의 ‘언더독 반란’은 ‘베테랑’ 김한별(35)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삼성생명은 15일 용인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Liiv M 2020~21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5차전에서 청주 KB국민은행을 74-57로 누르고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챔피언결정전 MVP는 김한별에게 돌아갔다. 김한별은 기자단 총투표 85표 가운데 66표를 획득해 MVP의 영예를 안았다. 큰 경기에 강한 모습을 보여왔던 김한별은 이번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 8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37분 37초를 뛰면서 18.5득점 8.1리바운드 5.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특히 챔피언결정전에서 김한별이 보여준 베테랑으로서의 책임감과 투지는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김한별은 1차전에서 3점슛 5개를 포함해 30점을 터뜨린데 이어 2차전에서는 연장전 경기 종료 0.8초전 극적인 결승골을 포함, 19득점 7리바운드 9어시스트로 팀의 2연승을 이끌었다. 이후 허벅지 근육 부상을 안고도 3차전(19점 14리바운드), 4차전(14점 6어시스트) 풀타임을 소화한 김한별은 마지막 5차전에서 22득점을 올리며 우승의 주역이 됐다.

김한별이 더 빛난 것은 수비였다. 김한별은 자신보다 17cm나 큰 KB의 에이스 박지수를 훌륭히 막아냈다. 특히 마지막 5차전에서 박지수를 17점으로 틀어막은 것은 김한별의 악착같은 수비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다.

김한별은 선수로서 나름 굴곡을 겪었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혼혈선수로 킴벌리 로벌슨이라는 미국 이름을 가졌던 2009년 삼성생명에 입단한 뒤 2011년 특별 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얻었다. 김한별이라는 한국 이름도 그때 얻었다.

삼성생명의 주전선수로 활약하던 김한별은 2013~14시즌 뒤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고질적인 무릎부상이 그를 괴롭힌데다 엄격한 규율과 많은 훈련량이 뒤따르는 한국 농구 문화에도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미국으로 돌아간 뒤 1년 만에 다시 코트로 돌아온 김한별은 이후 삼성생명을 대표하는 간판선수를 넘어 팀의 리더로 발돋움했다. 팀에 복귀하자마자 2015~16시즌 삼성생명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이끌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남북단일팀의 은메달을 견인하는 등 국가대표로서도 크게 기여했다.

김한별에게 이번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는 이번 시즌 전까지 4차례나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았지만 모두 고개를 숙인 채 경기장을 빠져나와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정규리그 4위 팀 삼성생명의 ‘언더독 반란’을 이끌면서 가장 높고 빛나는 자리에 우뚝 섰다. 35살의 적지 않은 나이지만 김한별의 전성시대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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