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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천정명에게 최강희는 긴 여운이다. 그동안 많은 ‘누나’들의 사랑을 받았고, 연기를 해왔던 그지만 ‘강희 누나’는 더욱 달랐다.
케이블채널 tvN 금토 미니시리즈 ‘하트투하트’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극중 정신과 의사 고이석과 그의 환자이자 주치의이기도 한 묘한 관계를 형성한 여자 차홍도로 연기했다. 어렸을 때부터 심한 대인기피증에 시달린 홍도는 할머니 분장을 하고서야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인물. 평소엔 안면홍조로 사람들과 눈도 맞추지 못하고, 오토바이 헬맷을 늘 쓰고 있어야 겨우 거리를 거닐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잘난 상담전문의이지만 알고보면 상처투성이인 고이석은 홍도의 남자이자, 환자이자, 주치의였다. 두 사람은 이끌고, 의지하는 극과 극의 관계를 주고 받으며 함께 성장하고 치유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천정명은 “최강희 누나는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었다”며 “엄청난 내공이었고 배려심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파트너는 처음 만나봤다”며 혀를 내두른 천정명은 최강희가 자신의 연기를 위해 얼만큼 힘을 보탰는지 새삼 되돌아봤다.
“보통 많은 배우들이 자기 것만 잘 하려고 집중하죠. 저도 그래요. 머리로는 ‘마음을 열고 상대방의 연기에 맞춰주고 다 함께 이해해야지’라는 생각을 하지만 막상 마음은 그렇게 안 따라줄 때가 많거든요. (최)강희 누나는 내공이 대단했어요. 실제로 울지 않아도 되는데 제 연기를 위해 자기가 연기하는 것처럼 똑같이 울어주더라고요. 본인도 힘들테고, 감정 소모를 2배로 해야하는 상황도 지칠텐데 강희 누나는 최고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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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 누나를 보면서, 연기를 위해 저렇게 희생하는 건가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어쩌면 상대방과 호흡을 맞추고, 내 캐릭터를 위해 몸을 던져야 한다는 건 배우라면 다 알고 있는 기본이잖아요. 그 기본을 지키기가 정말 힘든 건데, 이번에 ‘하트투하트’를 하면서 강희 누나를 만나 그런 점에서 부족한 제 모습을 또 알게 되더라고요. 좋은 경험,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천정명은 ‘하트투하트’를 끝낸 지금 새로운 작품활동을 위해 마음을 비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연출을 맡은 이윤정 감독을 만나 새로운 스타일, 새로운 연기, 새로운 마음가짐을 찾았다. 최강희라는 배우는 그런 천정명에게 연기하는 재미와 더불어 연기의 기본을 다시 깨우친 긍정적인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