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평창 동계패럴림픽의 북한 선수단 참가 및 개회식 남북 공동 입장은 얼음장처럼 굳어있던 남북 관계에 온기를 불어넣은 결정적 계기가 됐다. 전 세계에 ‘평화올림픽’의 정신을 알리는 한편 베일 속에 가려졌던 북한을 세계 무대에 알리는 발판이 됐다.
특히 국제 종합대회 역사상 최초로 구성된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에 깊은 감동을 선물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재개된 남북 체육 교류는 남북 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을 기폭제 삼아 더욱 가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당장 오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선수단의 개회식 공동입장과 일부 종목의 단일팀 구성이 유력하다.
판문전 선언에는 ‘아시안게임 공동 진출’에 대한 합의가 포함돼있다. 이에 앞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남측예술단을 인솔해 평양을 방문한 자리에서 김일국 북한 체육상과 아시안게임 남북공동입장에 합의한 바 있다.
문체부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북 단일팀 계획에 대한 구체화 작업에 돌입했다. 문체부가 아시안게임 출전 40개 종목 경기단체를 대상으로 단일팀 의향을 물어본 결과 탁구, 농구, 유도, 정구, 하키, 카누, 조정 등 7개 종목이 ‘긍정’ 의향을 밝혔다.
평창동계올림픽 당시에는 정부가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래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경기단체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는 과정을 먼저 거쳤다.
해당 경기단체가 긍정적인 의향을 밝혔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남북 단일팀으로 인해 우리 선수들이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선 여자 아이스하키 경우처럼 엔트리 확대가 필수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아시아 체육경기단체와 아시안게임 참가국의 협조 및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
아시안게임까지 불과 4개월 밖에 남지 않은 만큼 국가대표 선수들의 구체적인 의사를 물어보는 과정도 필요하다.
현시점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종목은 탁구와 농구다. 탁구는 단일팀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다.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대회 때 첫 단일팀을 구성돼 46일간 합숙훈련으로 호흡을 맞췄다. 결국 여자 단체전에서 세계 최강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따내며 깊은 감동을 선물했다. 이미 남북 단일팀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는데다 남북한 선수들의 실력차도 크지 않아 단일팀 구성 가능성이 가장 높은 종목이다..
농구도 세 차례 남북통일 농구 대회를 개최한 경험이 있다. 1999년 9월 평양에서 정주영 체육관 기공 기념행사로 남한에서는 남자팀 현대, 여자팀 현대산업개발이 북한팀과 경기를 벌였다. 같은 해 12월과 2003년에도 서울과 평양에서 남북간 경기가 열렸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농구 마니아’로 잘 알려져있다. 시카고 불스의 마이클 조던의 열혈팬으로 유명하다. ‘리바운드왕’ 데니스 로드맨을 비롯해 전 NBA 선수들을 북한에 초청해 시범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농구 교류에 관심이 높다는 점은 단일팀 구성에서 프리미엄으로 꼽힌다.
그밖에도 국제대회에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유도와 북한 선수들이 국제적으로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체조 등도 단일팀 구성 가능성이 높은 종목으로 꼽힌다.
아시안게임 이후에는 축구를 통한 교류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경평축구의 부활은 기정사실로 점쳐지고 있다. 경평축구는 일제 강점기 때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해마다 열렸다. 이후 경평축구는 맥이 끊겼지만 1990년 남북통일축구로 부활한 바 있다. 남과 북 모두 아시아 무대에서 상당한 수준을 자랑하는 만큼 서로간의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남북한 스포츠 교류가 더욱 확산되면 2~3년 뒤에는 북한의 전국체전 참가도 현실화될 수 있다. 전국체전은 내년이면 100회째를 맞이해 서울에서 열린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고향과 소속팀의 자부심을 위해 출전하는 전국체전에 북한 선수들이 참가한다면 그 상징성이 더할 수 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도 “100회째 전국체전에 북한 선수단을 초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