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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독립영화나 저예산 영화로 치부될 만한 작품이었는데,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4’로 수 많은 ‘앓이’들을 양산하고 있는 배우 정우 덕에 영화 흥행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긍정의 사슬처럼 ‘연기파 배우’ 손병호와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난 김유미 등이 호흡을 맞췄다는 사실까지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다. 최근 일본 도쿄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아 개봉 시기도 1,2개월 앞당길 수 있었다. 여러가지로 김기덕 감독의 영화 중 어쩌면 가장 흥행에 성공할 수 있는 작품이 될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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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붉은 가족’은 김기덕 감독의 손이 탄 작품이라 생각되지 않는 영화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 손병호도 이 같은 사실에 공감했다. 손병호는 “영화라는 게 뭘까 생각하면 시나리오 싸움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김기덕 감독 작품을 늘 좋아했는데 아쉬운 시선이 있었기 때문에 반신반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걸 정말 김기덕 감독이 썼나 싶을 정도로 따뜻한 작품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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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골격을 채운 건 명확한 메시지다. 김기덕 감독의 작품이 늘 하나의 주제의식은 강렬했지만 다소 일반적인 범주에서 벗어나있었던 건 사실. 최근작인 영화 ‘뫼비우스’를 통해서도 몇몇 관객들은 “그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이해하기 어려워서 거리감이 느껴진다”는 평을 내놓았다. 이처럼 김기덕 감독의 주제의식은 조금 특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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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가족’은 조금 다르다. 남과 북으로 갈린 현실을 조명하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관객을 웃길 수 있는 가벼움을 담았다. 가족과 떨어져 남한에서 20년 넘도록 공작원 생활을 한 북한 요원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사과 만한 암 덩어리를 두 개나 안게 됐지만 ‘피보다 진한 게 정’이라는 또 다른 의미의 가족애를 설파하기도 한다. 이들을 감시하는 또 다른 고위 공작원들이 “이미 가족처럼 똘똘 뭉쳐있어 그 힘이 너무 세다”고 이야기하는 대목은 가족애에 대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진다.
북한 공작원으로 등장하는 정우와 손병호, 김유미, 박소영의 연기는 뛰어나다. 북한 사투리와 표준말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열연이 때론 감동을, 때론 웃음을 준다. 남북 문제를 다룬 영화 중에서도 가장 솔직하다는 평가를 받는 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이중성, 모두가 놓일 수 있는 모순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조국의 이름을 앞세우면서 냉철한 사고만을 강조하는 고위 공작원도, ‘위’에서 내려오는 임무 수행을 철칙으로 여기는 고위 공작원도, 결국엔 타성에 젖고 정에 무너지고 사랑에 무릎 꿇을 수 밖에 없는 같은 인간이란 사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동창생’이 최승현, 탑의 팬들을 위한 영화라면 ‘붉은 가족’은 ‘정우 앓이’ 중인 팬들을 넘어 영화를 사랑하는 팬들을 위한 영화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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