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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없는 골프, `시청자`가 있는데 무슨 말씀?

김인오 기자I 2011.01.24 14:30:14
[이데일리 김인오 기자] "분명히 볼이 움직이고 있었는데 실격 아닌가요?"

골프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심판이 따로 없다. 경기위원은 단지 플레이어의 문제제기가 있을 때 룰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선수 양심에 따라 스스로 심판의 역할을 하고 때로는 현장 갤러리나 TV를 보는 시청자들에 의해 판정이 내려지기도 한다.
 
최근 TV 중계 기술의 발전과 골프 팬들의 해박한 지식에 따른 시청자 제보는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추세이고, 동시에 정확한 판정이라는 긍정적인 효과와 선수 간 형평성의 논란을 낳기도 한다.  

◇ 제보로 드러난 해링턴의 비양심

지난 20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유럽프로골프(EPGA)투어 `아부다비 HSBC 챔피언십` 1라운드 종료 후 메이저 대회를 3번이나 제패한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이 실격 처리되는 불운을 겪었다.

경기위원회측이 밝힌 실격 사유는 골프 룰 6조 6항 규정 위반, 즉 `스코어카드 오기`를 한 것.

해링턴은 1라운드 7번홀(파3)에서 볼 뒤에 놓아뒀던 마크를 집어올리려다 볼을 살짝 건드렸다. 규정은 1벌타를 받고 원래 위치로 볼을 옮긴 후 퍼팅하면 된다.

하지만 해링턴은 움직인 상태에서 퍼팅을 했고 2퍼트 후 스코어카드에 파를 적어냈다. 골프 룰 20조 7항에 따라 2벌타를 받아야 되는 명백한 상황이었다.

이같은 사실은 TV를 보던 시청자가 제보하면서 드러났고 1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를 치는 상승세를 타고 있었던 해링턴에게는 아쉬운 실격이 됐다.
 
하지만 해링턴에게 실격보다 더 뼈아픈 것은 양심을 속인 프로골퍼라는 수치스런 이력을 갖게 됐다는 사실이다.

◇ 비예가스에게 룰을 일깨워준 시청자
 
지난 8일 PGA투어 `현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15번홀에서 카밀로 비예가스(콜롬비아)는 그린을 향해 어프로치를 한 후 디봇을 정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볼은 원래 자리로 굴러 내려오고 있었고 비예가스는 실망스런 표정으로 볼을 다시 그린에 올린 후 마무리를 하고 홀을 벗어났다.
 
`볼이 움직이고 있을 때는 그 진로를 방해할 만한 사물을 이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루스 임페디먼트 처리 규정을 위반한 모습은 TV중계로 생생하게 전달됐다.
 
다음날 클럽하우스를 찾은 비예가스는 실격판정을 받았다.
 
실격의 사유는 스코어 카드를 잘못 적어냈을때 적용되는 골프 룰 6조 6항 위반. 바로 1라운드 스코어보다 2타를 낮춰 적어낸 것을 경기위원회측에서 지적한 것이다.
 
본인도 경기위원도 TV중계진도 몰랐던 이 상황이 한 시청자의 제보를 통해 밝혀지면서 쿼트러플 보기를 더블 보기로 오기했다는 규정 위반으로 실격 처리 되는 불운을 겪게 된 비예가스. 애석하게도 그 날은 본인의 생일이라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 잘못된 제보로 피해자가 된 김경태
 
작년 11월 일본 일본 고치현 고치구로시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카시오월드오픈 2라운드를 마친 김경태에게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2라운드가 끝난 후 "김경태가 볼이 움직이기 전에 퍼팅을 했다"고 중계방송을 보던 한 시청자가 주최측에 제보를 한 것이다.
 
당시 경기위원은 수차례 비디오 판독을 걸쳤고 도저히 TV 화면만으로는 판정을 할 수가 없자 김경태를 불러 `양심`에 따른 고백을 요구하며 수차례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무벌타`의 판정이 내려졌지만 김경태에게는 결코 사소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았다. 특히 해당 대회를 통해 일본투어 상금왕을 결정 지으려고 했던터라 심리적으로 많은 압박을 받게 됐다. 
 
결국 다음날 벌어진 3라운드에서 3연속 보기를 기록하는 등 마지막 날까지 난조를 보이며 최종 성적 공동 20위의 저조한 성적으로 인해 상금왕 등극을 다음 대회로 미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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