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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약물에 빠진 한국 스포츠...'모르는 것이 더 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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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무 기자I 2015.06.24 15:28:21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마린보이’ 박태환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잇따라 금지약물 파문이 스포츠계를 강타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은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소속의 곽유화(22)가 2014~2015시즌 실시한 도핑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23일 밝혔다. 곽유화는 경기 후 무작위 추첨을 통해 실시한 도핑검사에서 금지약물인 펜디메트라진과 펜메트라진이 검출됐다.

곽유화는 지난 4월 2일 A-시료 양성 판정을 받은 후 B-시료의 추가 분석을 요구했다 하지만 B-시료 역시 분석 결과가 동일해 최종 양성 판정을 받게 됐다. 프로배구 연맹은 23일 연맹 대회의실에서 곽유화가 참석한 가운데 청문회를 연 뒤 다음 시즌 6경기 출장정지 제재를 결정했다.

곽유화는 뛰어난 배구실력 뿐만 아니라 걸그룹 뺨치는 외모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이번 도핑검사 양성으로 ‘프로배구 금지약물 1호’라는 반갑지 않은 수식어도 함께 갖게 됐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K리그 클래식 제주 유나이티드 소속의 공격수 강수일(28)이 금지약물 양성반응을 보여 축구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강수일은 지난 4월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가 실시한 도핑테스트 결과 스테로이드의 일종인 메틸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됐다. 어려운 성장환경과 피부색 편견을 깨고 최초의 다문화가정 출신 국가대표로 뽑혔다는 그의 인간승리 스토리도 약물에 얼룩지고 말았다. 강수일은 지난 22일 열린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에서 15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곽유화나 강수일의 사례를 보면 공통점이 있다. 금지약물 양성반응 이유가 황당하다.

곽유화는 청문회에서 “부모님이 몸에 좋다고 한약을 지어주셨는데 그 한약에서 금지약물이 나온 것 같다”고 해명했다. 곽유화에게서 검출된 약물들은 성장호르몬처럼 운동 능력을 직접적으로 끌어올리지 않는다. 흔히 다이어트약이나 각성제 등에 들어있는 물질이다. 중독성과 부작용 때문에 금지약물로 지정됐다.

강수일의 경우 콧수염을 기르기 위해 선물 받은 발모제를 얼굴에 발랐다. 연고의 주성분은 메틸테스토스테론. 스테로이드계 남성호르몬으로 대표적인 금지약물 물질이다. 체내에서 생성되는 물질이 아니다. 때문에 조금만 몸에 흡수돼도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을 나온다.

곽유화나 강수일 모두 금지약물에 대한 무지가 문제였다.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금지약물은 철저히 본인 잘못이다. 금지약물에 대한 상식이 조금만 있었더라도 불상사를 막을 수 있었다. 트레이너 등 주위에 알리지 않고 임의로 약물을 사용했다가 스스로 발목을 잡고 말았다.

선수 당사자는 당혹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동시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 곽유화는 “깊이 반성하고 있다. 부주의한 행동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고개를 숙였다. 약물 때문에 꿈에 그리던 대표팀에서 낙마한 강수일도 “그동안 굉장히 힘들었다. 현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을 관리, 지도해야 할 구단이나 해당 연맹의 책임은 더욱 무거워졌다. 금지약물에 대한 교육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KOVO나 프로축구연맹은 2009년부터 도핑테스트를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도핑 방지 가이드를 제작해 구단에 배포하고 선수들에게 숙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몰라서’ 생긴 금지약물 문제가 발생했다. 교육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강수일의 경우 반도핑 교육을 받았지만 정작 교육 내용에는 피부연고제와 관련된 내용이 없었다.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의 조남돈 위원장은 “피부연고제는 교육에서 빠져 있는 것으로 확인이 됐다. 선수 본인도 이것이 걸릴 줄은 몰랐다고 소명해 고의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곽유화에게 문제가 된 한약의 경우도 애매한게 사실이다. 한약의 특성상 성분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선수 본인이 우선 조심해야 하지만 연맹이나 구단도 선수의 한약 복용에 대한 지침을 더욱 명확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태릉선수촌장을 지낸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은 “단순히 선수만의 책임은 아니다”라며 “반도핑 교육과 홍보에 무관심한 각 프로단체의 현실이 여실히 드러난 대표적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프로선수 도핑 의무화 법안(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해 지난 4월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켰다.

이유가 어찌 됐건 도핑테스트 결과의 책임은 선수 본인이다. 운동선수에게 도핑은 선수생활을 마치는 순간까지 따라다니는 멍에다. 하지만 선수에게만 맡겨둘 수만도 없는게 약물 문제다. 스포츠 전체가 약물에 얼룩지지 않기 위해선 관계자들 모두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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