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경기를 앞두고 키움의 선발 라인업에는 이용규가 다시 등장했다. 이용규는 앞서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테이블세터로 나서 타율 0.364(11타수 4안타) 1볼넷으로 활약했으나, 전날 1차전에서는 LG 선발 케이시 켈리 상대 전적이 없다는 이유로 빠졌다. 이후 하루 만에 2번 지명타자로 다시 이름을 올린 것이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공격의 활로를 뚫기 위해 선발 라인업에 올렸다”면서 “상대 선발 투수를 괴롭히는 데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3회까지 4실점하며 초반 분위기를 완전히 내준 게 패인이었던 키움은 이날 선제 득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용규는 1회 상대 선발 플럿코의 초구 147㎞ 직구를 공략해 중전 안타를 뽑아내 물꼬를 텄다. 후속타자 이정후의 안타로 3루에 들어섰고, 이후 김혜성의 타석 때 나온 포일로 홈까지 밟아 선취점을 냈다.
2회 추가점 기회에서는 해결사로 나섰다. 2사 2,3루 기회에서 다시 플럿코를 상대해 우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적시타로 2타점을 수확했다. 후속타자 이정후의 2루타가 나오자 단숨에 홈까지 파고들어 추가 득점에도 성공했다. 키움이 1점 차 리드를 지킬 수 있었던 4회 마지막 득점 상황에서도 초구에 희생번트를 성공시키며 약속된 플레이를 성실히 수행했다.
이용규는 사령탑의 기대에 완벽히 부응했다. 이날 출루 뿐만 아니라 주자가 있을 때 연결고리 역할도 하면서 4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이 활약을 바탕으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는 영예도 안았다.
6회가 끝난 뒤 중계화면에 이용규가 야수진을 소집하는 포착되기도 했다. 6점 차 리드를 잡다가 1점 차 추격까지 허용한 시점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이용규는 “우리가 경기를 이기고 있는데 지고 있는 분위기 같더라. 이대로 끝까지 가다보면 결과가 안좋을 것 같았다”며 “3이닝 동안 투수들이 잘 막아줄 테니 경기 초반처럼 우리는 자신있게 방망이를 돌리자고 했다”고 돌이켰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빛나는 베테랑의 품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