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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잠’ 시사회에는 유재선 감독과 배우 정유미, 이선균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는 9월 6일 개봉을 앞둔 정유미, 이선균 주연 ‘잠’은 ‘옥자’의 연출부 출신으로 봉준호 감독의 제자인 유재선 감독이 선보인 장편영화 입봉작이다. ‘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이선균 분)와 수진(정유미 분)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잠’은 지난 5월 열린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돼 처음 베일을 벗은 뒤 국내외 평단, 매체들의 극찬을 이끌어냈다. “단순한 몽유병에 대한 상상력과 교묘한 변화”, “숨 쉴 틈 없이 매력적이고 드라마틱하다”는 호평을 받으며 칸을 시작으로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토론토 국제영화제, 판타스틱 페스트에 초청되며 해외 영화계의 사랑을 받고 있다.
유재선 감독은 여운과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영화의 엔딩에 대해 “사실 영화가 끝나고도 이야기가 지속된다는 전제에 저는 극 중 수진과 현수도 이 사건을 한 번 돌아볼 것 같다. 자신들의 생각이 맞았는지, 혹은 상대방의 말이 맞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충분히 든다”고 운을 떼며 “관객분들도 극장 문을 나설 때 서로가 이 영화를 어떻게 해석한 건지, 누구 말이 맞았던 건지 활발한 토론이 오가길 바랐다. 실제 상영회 이후에도 그런 반응이 오가서 뿌듯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담이지만 봉준호 감독님이 제게 팁을 주신 적이 있다. 엔딩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 제가 어떻게 해석했는지를 누군가 물으면 ‘누설하지 말아라’고 팁을 주셨다”며 “이것도 영화의 여운을 더 이어나갈 수 있는 재미라고 해주셨다. 그래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는 재치있는 답변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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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잠’은 큰 틀에서 스토리가 3장으로 구성돼 있다. 유재선 감독은 이런 구조에 대해 “영화를 3장으로 나눈 이유는 수진과 현수의 상황이 가장 극적으로 변화하는 세 시기를 콤팩트하게 한 장 씩 다루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며 “영화를 보시면 각 장 사이 꽤 많은 시간의 흐름이 있다. 지나간 시간마다 분명히 영화에 나온 것보다 큼직한 일들도 많이 발생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 장 사이 부부 사이에 무슨 일들이 있었을지 추측하는 재미가 있다. 연출하는 제 입장에서도 강점이 될 수 있는 전략이었다. 영화의 배경이 ‘집’으로 한정된 공간이라 시각적으로 단조로울 수 있는데 각 장에 구분을 두니 상황, 인물의 심리에 따라 변화를 줄 수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영화가 칸에 초청을 받아 느낀 심정과 작품을 만들며 특히 신경쓴 부분도 언급했다. 유재선 감독은 “칸에 와서 뛸 듯이 기뻤지만, 크게 느낀 감정은 두려움과 긴장이었다. 막상 관객들이 보면 반응이 어떨까 두려움이 많았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사실 잠 시나리오를 쓰면서, 그리고 촬영 준비하고 촬영을 하면서, 그리고 후반작업 내내 저의 제1의 철칙은 재미있는 장르영화를 만들자였다”며 “재미있는 장르 영화를 한 번 써보자는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썼다”고 떠올렸다. 다만 “시나리오를 쓰던 당시에 오래된 여자친구와 결혼이 임박했던 시기였다. 그 때 결혼에 대한 화두가 시나리오에 저도 모르게 많이 녹여져 있던 것 같다”며 “저의 의식과 관계없이 알게 모르게 두 주인공도 결혼한 부부로 설정한 것 같고, 이야기의 많은 부분에서 둘의 결혼 생활을 많이 보여준 것 같다”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유재선 감독은 “결혼에서 문제가 닥치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녹여져 있던 것 같다. 그런 화두에 대한 대답을 얻어내고자 무의식적으로 쓴 시나리오가 아닌가 싶다. 재밌게 봐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잠’은 9월 6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