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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유' 박보영 "시행착오 겪으며 동그랗게 커 가고 싶어요" [인터뷰]②

김보영 기자I 2023.08.02 17:29:13

"신념 잃지 않은 명화의 모습, 진심으로 응원하게 돼"
"러블리 고정 이미지? 그 모습도 자연스러운 내 것"
"다양한 장르 갈증…좌절하더라도 부딪히고 싶다"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배우 박보영이 5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인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통한 연기변신과 캐릭터 ‘명화’를 향한 애정, 대중에게 각인된 청순 러블리의 이미지에 대한 솔직한 생각들을 털어놨다.

박보영은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의 개봉을 앞둔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올 여름 출격하는 한국영화 ‘빅4’의 마지막 주자로, 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인기 웹툰 ‘유쾌한 왕따’가 원작으로 이 작품의 2부 ‘유쾌한 이웃’을 모티브로 영화적 상상력을 거쳐 각색됐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박보영이 ‘너의 결혼식’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스크린 복귀작이다.

박보영은 극 중 민성(박서준 분)의 아내 ‘명화’ 역을 맡아 기존의 러블리하고 청순했던 이미지와는 확연히 다른 연기 변신을 시도해 호평을 얻고 있다. 간호사 출신인 명화는 외부인을 배척하는 황궁 아파트 주민 대표 ‘영탁’(이병헌 분)의 폭력적 리더십에 유일하게 경도되지 않고 신념을 지키는 인물이다. 굳건한 ‘명화’의 신념은 주민대표가 된 후 점점 더 집착과 광기에 휩싸이는 ‘영탁’에게 묘한 위협과 불안감을 준다. 극의 중후반부 영탁과 주민들의 갈등이 폭발해 몰입감과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릴 수 있던 데는 박보영의 단단한 열연이 뒷받침됐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박보영이 연기한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명화는 박보영이 그간 두각을 드러냈던 로맨스 코미디 장르 속 사랑스러운 여주인공 캐릭터와는 확연히 다른 온도차를 지닌 인물이다. 그 전까지 영화 ‘과속 스캔들’, ‘너의 결혼식’이나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 ‘오! 나의 귀신님’ 속 박보영의 이미지에 익숙해있던 관객들이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본다면 반달 눈웃음을 지운 박보영의 변신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숯검정을 잔뜩 묻힌 꾀죄죄하고 파리한 얼굴, 아무렇게나 질끈 묶은 포니테일에 푸석한 머릿결. 그러나 인간성을 시험하는 끝없는 위기 상황에도 잃지 않는 단호하고 맑은 눈빛. 이병헌의 호연 못지않게 박보영이 꺼낸 새로운 얼굴에 박수를 보내는 호평이 적지 않다.

‘명화’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유일하게 이상적인 인간의 ‘선’(善)을 대변하는 캐릭터다. 그래서인지 끝까지 ‘더불어 살자’는 마음가짐을 잃지 않는 명화의 선택이 지나치게 이상적이라 답답하다는 호불호 섞인 반응도 일부 관측된다.

박보영은 이에 대해 “저는 오히려 시나리오을 읽으며 명화의 선택들을 마음으로 응원하는 입장이었다”며 “이 세상 어딘가에 명화같은 사람도 분명 존재할 것이기에 이 친구가 하는 선택을 누구보다 응원하고 싶었다. 제가 봤던 어떤 리뷰 중 기억에 남는 문구가 있다. ‘명화가 이 영화의 희망이자 숨 쉴 구멍’이라 쓴 리뷰였는데 저는 그 한 문장이 명화의 모든 캐릭터를 설명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다만 이를 연기하는 자신은 비슷한 상황에 ‘명화’와 과연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든 적도 물론 있었다고. 박보영은 “명화의 선택을 이해하는 어려움보단, 명화처럼 되고 싶은 나는 과연 실제 명화처럼 행동에 옮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며 “그 고민은 대본을 읽으면서 한숨을 쉬고, 읽기를 잠깐 멈추게 만들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세상이 변해도 누군가는 신념을 지키는 세상은 우리 모두가 바라는 모습 중 하나인데. 과연 난 실제 그럴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이 작품을 통해 앞으로 내가 더 이런 사람이 되어야겠단 생각뿐이었다”는 결심도 덧붙였다.

그 전의 작품에서 보여줬던 톤과는 다른 방식으로 캐릭터에 접근하는 과정에선 순간순간 튀어나오는 ‘명화’ 아닌 ‘박보영’의 모습을 지워내고자 부단한 노력을 펼쳐야 했다. 박보영은 “로맨틱코미디 장르를 많이 해서 그런지 평소 목소리 톤 자체도 높은 편인데다 제가 약간의 콧소리도 갖고 있다”며 “박서준 오빠와 사람들을 피해 숨는 장면을 연기하는데 저도 모르게 콧 소리가 나더라. ‘오빠 빨리 들어와’라며 잡아 끄는 장면인데 콧소리 때문에 ‘들어왕’이란 발음으로 들리더라. ‘이건 명화가 아니라 난데’ 싶었다. 그것 때문에 죄송하다 양해를 구하고 그 장면을 처음부터 다시 찍었다. 목소리 톤을 다시 잡아나가야 했다”고 토로했다.

색다른 장르 도전에 대한 갈증을 늘 갖고 있었기에, 이번 작품에 출연하게 된 것도 본인의 자발적 의지가 컸다고 했다. 그는 “지금의 소속사 대표님께서 제게 많은 시나리오들을 보여주셨다. 제가 어떤 장르를 좋아하는지, 이런 캐릭터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자세히 물어봐주셨다. 이 작품도 그 과정에서 대표님이 한 번 읽어봐라, 이런 시나리오가 있는 네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며 보여주신 것”이라며 “시나리오를 받자 마자 그 자리에서 다 읽었고, 책을 덮을 때쯤엔 이 작품을 너무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대표님께 먼저 혹시 이 작품 캐릭터 캐스팅이 이미 완료된 상황인지 여쭤보며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런 장르를 저 역시 너무 좋아하고 이런 색다른 캐릭터를 해보고 싶은 욕심도 늘 있었지만 기회가 잘 없었다”며 “이 작품을 마친 지금은 제 필모그래피 안에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넣게 된 것 만으로도 기쁘고 행복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박보영은 “이 직업을 선택하고 많은 작품들을 하다보면 배우로서의 욕심이 생기더라. 어느 순간 나의 필모그래피를 되돌아보니 내 연기 스펙트럼이 고르지 않은 한쪽을 향해서만 커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로 인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귀여운 이미지를 의식적으로 멀리한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도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고도 전했다.

박보영은 “지금 생각하면 그 때만 보여줄 수 있던 모습이 있는데, 당시엔 왜 그렇게까지 싫어했을까 싶다”라며 “평소의 애교있는 말투도 그 이미지가 싫어서 일부러 지우려 노력한 적도 있었다. 지금은 그런 내 모습도 튀어나오는 대로 자연스레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동그랗게 크는 배우가 되고 싶다. 물론 다른 분야를 도전하다 보면 원치 않는 시행착오를 겪고 좌절감이 들 때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부딪혀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다 보면 내가 몰랐던 내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라며 “물론 그 목표가 내 개인의 욕심인 것 역시 알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지금의 내 모습이 세모에서 느리게나마, 조금씩이나마 동그란 방향을 향해가고 있다는 것, 그게 중요한 것 같다”는 가치관도 덧붙였다.

한편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8월 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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