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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 이만수 SK 감독은 경기 전 고든을 1,2차전 히든 카드로 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롯데와 플레이오프가 5차전까지 진행된 탓에 투수 소모가 많았던 SK다. 선발 투수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한국시리즈 초반의 흐름이다.
실제로 SK는 1차전서 고든을 투입했다. 고든은 2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잘 막아내며 기대에 부응했다. 현재 SK 우완투수 중 가장 믿을만한 카드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문제는 고든의 역투가 큰 힘이 되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고든은 0-2로 뒤진 4회 2사 2루서 마운드에 올랐다. 4회에 빼앗긴 2점...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가 막강 마운드의 삼성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쓸 타이밍이 한박자 늦었다는 점은 더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잘 던지던 SK 선발 고효준은 4회 1사 후 최형우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주춤했다. 다음 타자 강봉규에겐 몸에 맞는 볼을 내줬다. 제구가 크게 흔들리는 것은 아니었다해도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는 위기였다.
다음 타자가 좌타자인 채태인이었던 만큼 좀 더 끌고 가는 것은 정상적 흐름 속에 있었다. 고효준 역시 채태인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계산을 편하게 해줬다.
그러나 고효준이 채태인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슬라이더에 혹했던 것일까. SK 벤치는 승부수를 좀 더 미뤘다. 고효준에게 신명철과 승부까지 맡긴 것이다. 결국 고효준은 신명철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뼈아픈 2점을 내줬다.
올시즌 고효준과 신명철의 승부는 5타수 1안타로 고효준의 우세. 그러나 한방이면 흐름이 넘어가는 상황이었던 만큼 늦춰진 교체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고든을 아끼며 1패를 안았다면 그 크기가 조금은 적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고든을 적잖이 소모하며 당한 1패였기에 여운은 좀 더 길게 남았다.
고든은 이날 20개의 공을 던졌다. 이틀 전(23일) 49개를 투구했으니 26일 경기서도 어떻게든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주(注) : 결과론과 가정(if)은 결과를 바꾸지는 못합니다. 결과만 놓고 따져보면 누구나 승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결과론은 야구를 즐기 는 또 하나의 방법입니다. 모두 감독이 되어 경기를 복기(復棋) 할 수 있는 것은 야구의 숨은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만약애(晩略哀)는 치열한 승부 뒤에 남는 여운을 즐길 수 있는 장이 됐으면 합니다.
만약애(晩略哀)는 '뒤늦게 둘러보며 느낀 슬픔'이란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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