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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꿈을 잃은 우울한 시대를 위하여
‘명량’은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승산 없는 싸움 앞에 두려움만 커져있는 상황을 “우린 해낼 수 있다”는 용기로 반전시킨 이순신의 패기와 믿음은 큰 감동을 줬다. 수 많은 자기계발서가 ‘긍정의 힘’을 역설하며 이 시대의 청년을 응원했지만 400년전 믿기 힘든 실화만큼 현실적으로 와닿은 교과서도 없었다.
21세기를 사는 젊은이들은 우울하다.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할 시간을 내주지 않는 경쟁 사회에 10대를 버렸다. 꿈이 있더라도 당장의 현실을 좇아야 하는 ‘1등 독식’ 사회가 20대를 맞아줬다. 이들이 꿈꾸는 30대와 40대, 그 이상의 삶은 ‘내집 마련’, ‘10억 모으기’ 등의 가치관과 닿아있다. 어느덧 진짜 하고 싶었던 일, 이루고자했던 꿈과는 멀어졌다. 이러한 우울한 청년들에게 ‘명량’은 “이제라도 달라질 수 있겠다”는 응원가가 됐다.
지난 주말 ‘명량’을 단체 관람한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 학생들은 “주변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이길 수 있다는 일념 하나로 자신이 뜻한 바를 관철시키는 힘이 대단했다. ‘나는 요즘 어떻게 살고 있나’를 바라보게 됐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용기를 갖게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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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 만명의 인파가 오가는 서울 광화문 광장.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기억되는 세종대왕과 함께 그곳을 지키고 있는 주인공이 바로 이순신 장군이다. ‘명량’은 이러한 이순신 장군을 새삼 대단한 리더로 상기시켰다. “이 전쟁은 불가합니다”라고 외치는 충신 앞에서 구구절절 논거를 들지 않고, 귀를 막으며 상황을 간과하지도 않았던 그는 행동으로 보여줬다. 왜 싸워야 하는지, 어떻게 이길 수 있는지, 몸소 전장의 선봉에 섰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게 함으로써 그들 스스로 따르고 믿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올해 우리나라는 전 세계가 함께 아파한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를 시작으로 줄곧 그늘에 갇혀있다. 두 차례의 선거가 있었고 정치적인 대치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그럴수록 ‘윗사람’, ‘책임자’, ‘기득권’, ‘대통령’ 등 ‘리더’의 덕목을 묻는 목소리가 커졌다. ‘명량’으로 받은 감동의 크기는 믿고 싶은 리더, 따르고 싶은 리더가 없는 21세기의 늘어진 그림자와 비례했다.
▲제3장, 법과 도덕이 사라진 시대를 위하여
‘명량’의 이순신 장군을 보며 “왜 저렇게 바보처럼 행동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난 네게 기대가 없다’, ‘난 네가 못 마땅하다’고 말하는 군주에게 충을 다했다. 낮은 위치의 백성도 굽어 살피고, 보란듯이 무시하는 부하 군사를 내치지 않는 인을 지켰다. 어떤 상황에서도 부모를 섬기는 예를 갖춤은 물론이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이 모든 것을 다 지키며 초심을 다진 이순신 장군의 모습에서 우리는 법과 도덕이 사라진 요즘을 돌아보게 됐다.
TV만 틀면, 인터넷만 보면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보다 극악무도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세상이다. 아들이 부모를 돈 때문에 죽이고, ‘날 짜증나게 했다’는 이유로 조부모 뻘의 어른을 폭행하는 시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인종, 연봉, 직군 차별에 계급화된 세상이라는 말도 나온다. 법치국가에서 법을 믿지 못하고, ‘착하게 사는 것이 가장 어리석다’며 정의를 의심하게 되는 사회다. ‘명량’은 인과 예, 충 등 기본에 충실한 장군의 모습을 통해 사회를 형성하고 국가를 건재하게 만드는 진정한 힘이 어디에서 출발하는지 알게 했다.
이화여자대학교 홍종필 언론홍보영상학과 교수는 “요즘 각종 언론과 온라인 세상에서 마주하는 비현실적인 일상이 영화 한편의 감동으로 바뀌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명량’은 벼랑 끝으로 폭주하는 열차를 잠시 멈춰준 브레이크 같은 존재로 이미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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